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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hmad Jamal - Marseille (Jazz Village, 2017)


1930년에 태어난 재즈 피아니스트 아마드 자말의 신보. 스튜디오 레코딩으로는 Saturday Morning (2013)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으로, 재즈의 역사를 자신의 삶으로 관통하고 있는 노장이 충만한 음악적 에너지로 완성한 음반이라는 점에서 경이로울 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함께 참여하고 있는 James Cammack (b), Herlin Riley (ds), Manolo Badrena (perc) 등의 라인-업이다. 최소 35년 이상 피아니스트와 함께 활동하였기에 개개인 모두 자말의 역사에 있어 음악적 페르소나와 다름 없는 인물들이다. 의례 오랜 활동 기간을 자랑하는 뮤지션들이 스스로 고착시킨 자신만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미 전통처럼 인식되어진 관습에 의지한 진부한 연주를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전통적이지만 교조적인 어법을 고집하지 않으며, 재즈의 진화 속에서는 보수적인 스텐스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의 연주는 오소독스한 관습에 얽매여 있지 않다. 자말은 밥에서 모던에 이르는 음악적 시기를 통찰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유형과 스타일을 복합적으로 조합하며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주를 완성시키고 있다. 보사노바나 볼레로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페턴의 리듬을 유연하게 구사하는가 하면 아프로-쿠반 스타일의 화려한 폴리리듬을 이용하면서도 안정적인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놀라운 음악적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드럼과 퍼커션의 활용과 관련한 자말의 오랜 경험적 감각은 물론, 헐린과 마놀로의 유기적 공간 구성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임스의 베이스는 규범적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자말의 의중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진행에서의 구성적 일체감은 뛰어나다.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의 래퍼와 보컬리스트 Abd Al Malik와 Mina Agossi가 게스트로 참여해 각각 타이틀 곡을 불렀는데, 특히 일상 대화의 속도로 진행되는 랩과 밴드의 협연에서 보여준 정교한 화성의 진행은 무척 인상적이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증명한 앨범이다.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