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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irelle Besson, Édouard Ferlet, Stéphane Kerecki - Aïrés (Alpha, 2017)


클래식 전문 레이블 Alpha에서 발매한 에렐 베송 (tp), 에두아르 페를레 (p), 스테판 케렉키 (b)의 트리오 앨범.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고유한 음악적 성과를 축적해온 세 명의 프랑스 출신 뮤지션들이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킨 콘셉트의 앨범을 발표한다. 두 장르의 음악적 접합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나름 주목할 만한 성과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 자체가 큰 이슈가 되긴 힘든 것도 사실이다. 피아니스트 페를레 역시 바흐에 대한 일련의 구조주의적 해체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듯이(cf. Think Bach, Op. 2 (2017)), 두 장르의 접합은 결국 방법론에 관한 질문에 뮤지션들 스스로 자신들의 답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판단의 기준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접근법은 무척 간결하다. 12개의 수록곡 중 존 테일러의 "Windfall"을 비롯해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라벨)와 "Valse sentimentale, Op. 51 No. 6" (차이코프스키)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모두 자신들의 오리지널로 꾸미고 있지만, 각각의 곡들에는 바흐, 포레, 하차투리안 등 클래식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양식들을 직접 차용하여 작곡과 연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당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신들의 재해석과 더불어 재즈적인 재구성의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 원곡들을 직접 대상으로 삼은 경우에는 사실상 기존에 접해왔던 재해석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테마를 확장해 임프로바이제이션의 공간을 개방하고 기존의 고전적 스케일을 펜타토닉에 기반한 진행으로 바꾸는 등 비교적 원곡의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는 접근을 취한다. 대신 자신들의 오리지널에서 보여주는 재구성의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당대 음악가의 특정 테마나 모티브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그 시대의 음악적 특징을 추상화하고 이를 재즈의 고유한 표현으로 개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각 뮤지션들의 대위적 위상을 활용한 나름의 엄밀한 실내악적 규범 속에서 재즈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과도 잘 맞는다. 차분한 톤으로 이어가는 지적인 대화를 들은 느낌이다.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