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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lex Somers - Causeway (Lakeshore, 2022)

Apple TV+ 오리지널 영화 Causeway (2022)의 OST 앨범.


국내에서는 ‘더 브릿지’라는 제목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다. Jennifer Lawrence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에 의한 뇌손상 후유증을 앓고 있는 린제이 역으로 출연하며, Brian Tyree Henry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가족과 한쪽 다리를 잃은 제임스를 연기하고 있다. 짧은 재활 프로그램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와 수영장 청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다시 공병대 복귀를 꿈꾸는 린제이가 자동차 정비공 제임스를 만나게 되고, 서로 각자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정도 이야기만 들어도 이후 둘 사이에는 사소한 갈등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이를 잘 극복하고 마음 포근해지는 결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정도는 누구나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영화는 해당 장르의 전형적인 전개와 구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뻔한 스토리를 나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것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이며, 누구 하나 악인처럼 행동하지 않는 선한 일상성 또한 큰 힘으로 작용한다.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 원인이 매일 밤 남자 친구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이혼한 엄마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녀는 딸애 대한 애정을 지녔고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 외 린제이 주변의 모든 소소한 인물 역시 평범한 자신의 일상에서 선의를 지닌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어, 결국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본인들에게 있고, 그 해결의 첫 단추 또한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떡밥을 길게 깔고 간다. 극 중 유일하게 폭력적(?)인 장면은 교통사고의 원인이 음주 때문이 아니었냐는 제임스를 향한 린제이의 폭언인데, 이러한 갈등 또한 각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어,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전개에 충실한 모습이다.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아침에 커피 마시고, 저녁에 담배 피우고, 가끔 같이 저녁 만들고”라는 제임스의 대사를 린제이가 다시 되돌려주면서 영화가 끝을 맺는 만큼, 관계를 통한 일상의 회복이 트라우마의 극복이라는 평범한 정답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영화에는 린제이가 청소하는 고급 저택의 여러 수영장, 평범한 일상을 상징하는 듯한 몇 가지 음식이나 간식, 소통을 매개하는 담배와 술, 그리고 그 단절을 의미하는 깨진 술병 등과 같은 소소한 상징적 장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린제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가던 메르세데스 간판과 제임스의 오래된 디젤 세단은 다분히 암시적이면서도, 솔직히 조금은 뻔한 장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마약 범죄로 수감 중인 오빠를 면회하는 장면이 가장 의외의 씬이었고, 영화의 전후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보다 더 의외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음악에 있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Alex Somers가 담당하고 있는데, 워낙 강한 개성을 지닌 음악 스타일 덕분에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등과 같은 어두운 장르물에 어울릴 것 같지만, 이번 영화 외에도 일상성을 다루는 몇몇 작품이나 다큐멘터리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작업은 인상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알렉스는 이번 영화의 스코어라고 해서 일상적 잔잔함을 모티브로 하는 평범한 사운드를 활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통상적인 장르적 특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질감을 활용하고 있는데, 볼드 하면서도 불안한 긴장을 의도한 듯한 사운드 튜닝은 물론, 거칠면서도 날카롭고, 때로는 로우-파이를 떠올리게 하는 리버브와 악기의 톤을 이용해, 다분히 알렉스 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때문에 가끔은 그의 음악이 이와 같은 일상적 소재를 다루는 영상에 현실적인 질감을 부여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장면과 장면을 이어가며 대사의 공백으로 남겨진 인서트 속에서도 정서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는가 하면, 직접 주인공의 내면의 심리적 복합성을 청각적으로 대신해 표현함으로써 인물의 표정에 드러나는 미묘함을 확대해주는 등, 알렉스의 음악은 이번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텍스쳐가 혼재된 각각의 사운드로 하나의 하모니를 구성하는가 하면, 펠트 한 피아노의 서스테인에서 파생하는 디스토션을 확대하는 등, 음악 또한 영화 속에서 나름의 암시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불안과 긴장 등의 요소를 이용하면서도 이를 서정적인 테마로 엮어 복합성을 지닌 미적 표현으로 완성하는 알렉스의 작업을 이번 OST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알렉스의 음악은 긴 침묵 끝에 어쩌다 가끔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한 절제된 개입을 보여주고 있지만, 앨범은 모든 곡을 나름의 완결성을 지닌 형식으로 담고 있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인상적인 첼로는 Gyða Valtýsdóttir가 연주하고 있으며, 수록된 모든 곡들은 완결성을 지닌 온전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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