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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é Barros - Vivid (Omnichord, 2021)

포르투갈 작곡가 André Barros의 앨범. 1984년생인 안드레는 법학을 전공하고 이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만학과 현장 경험을 통해 음악 작법과 언어를 탐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에서 발매된 그의 데뷔작 Circustances (2013)는 피아노와 현악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형식의 구성을 통해 시적인 멜로디와 이미지너리 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명료한 특징 덕분에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여러 장단편에서 작업했고, 더불어 글로벌 브랜드의 커머셜 뮤직에도 협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In between (2016)과 Reasons (2017)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개인 작업이면서 동시에 몇몇 단편 영화에 수록되었던 오리지널 스코어 4편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앨범 전체의 균일한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한 선곡이 이루어지고 있어 일관된 흐름을 이어가는 단일한 작업 성과로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지금까지 안드레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작법과 표현을 서서히 정교하게 가다듬어 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실내악적 구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변적인 양식들을 활용해 그 표현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내악의 구성은 멜로디, 베이스, 카운터 등 다분히 고전적인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운드에서는 펠트 한 피아노를 사용하거나 마일드한 비트의 드럼은 물론 필드 리코딩과 전자 악기 및 그 효과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사운드의 텍스쳐나 전자 악기의 효과는 세밀하게 조율되어 때로는 강한 디스토션이 개입하는가 하면 연주 악기의 질감 또한 다채롭게 구현된다. 특히 바이올린의 세밀한 텍스쳐와 그 섬세한 표현은 Tamila Kharambura가 참여한 트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Pedro Marques의 피처링으로 완성된 곡에서는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효과로 이루어진 색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곡 하나하나마다 고유한 개성을 내뿜고 있으면서도 앨범 전체적으로는 균일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실내악적 구성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규범적 틀 속에서 완성된 편곡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싶고, 무엇보다도 안드레 본인의 서정적 내러티브에 대한 애착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편안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앨범이다.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