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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as Ulvo - Trust (SoundCanBeSee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ndreas Ulvo의 솔로 앨범. 북유럽 특유의 관조적인 싸늘함과 멤버들 상호 간의 반응을 통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절묘한 조합을 이룬 Eple Trio를 기억한다면 안드레아스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유명 뮤지션들을 위한 세션으로도 참여했는데, 비교적 최근의 경우만 하더라도 ECM에서 발매된 Mathias Eick의 사색적 공간을 완성한 피아니스트로도 그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온전한 그의 개인 작업은 의외로 쉽게 접하기 어려우며 그나마 솔로작 Unchangeable Seasons (2016)의 경우도 자신의 작곡이 바탕이 된 녹음이라기보다는 기존 클래식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Light & Loneliness (2010) 이후 10년 만에 안드레아스의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솔로 녹음이 아닐까 싶은데,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기존에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그만의 고유한 특징과 새로운 표현들이 담겨 있다. 일련의 테마와 그에 따르는 즉흥적인 모티브가 주를 이루면서도 솔로라는 공간적 한계에 대한 확장적 표현도 포함하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었던 주변 장르와 관련한 표현 또한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피아노의 다양한 톤과 사운드를 통해 악기가 지닌 표현의 유연성과 다면성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곡에서도 안드레아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톤의 피아노 사운드를 이용해 연주를 진행하는가 하면, 전자 장치가 아닌 물리적인 방식의 디스토션을 통해 마림바나 타악기 혹은 현악기와 같은 텍스쳐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피아노의 고유 사운드와 주법들만으로 마치 일렉트로닉의 플로우를 연상하게 하는 순간도 인상적인데, 물론 고전적인 미니멀리즘의 언어를 응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르페지에이터나 스텝 시퀀서의 루프를 이용해 진행을 이어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도 귀를 사로잡는다. 전자 장치를 이용한 배음의 구성은 최근의 모든 클래시컬 계열의 피아노 연주에서는 종종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개방한 연주에서 그와 같은 주변 장르의 표현을 수용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철저하게 피아노를 중심에 두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주변적 효과와 사운드를 연출해 음악적인 표현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완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11002

 

 

 

related with Andreas Ulvo (as Eple Trio)

- Eple Trio - Ghosts (NX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