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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w Cyrille Quartet - The News (ECM, 2021)

미국 재즈 드러머 Andrew Cyrille의 쿼텟 앨범. 1939년생인 앤드루는 재즈계를 대표하는 임프로바이저 일뿐만 아니라 60년이 넘는 경력이 증명하고 있듯이 지난 역사의 일부로 평가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험적 창의를 이어가는 뮤지션이다. 그는 또한 1970년대 초, ECM의 네 번째 카탈로그인 Afternoon Of A Georgia Faun (1971)을 계기로 레이블과 첫 인연을 맺었던 초기 공헌자 중 한 명이며 최근에도 Lebroba (2018)를 발매하며 오랜 시간 동안 음반사와 음악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The Declaration Of Musical Independence (2016)의 후속 작업으로, 녹음 당시 건강 악화로 함께할 수 없었던 오랜 동료 고 Richard Teitelbaum의 자리를 쿠바 피아니스트 David Virelles이 대신한 것을 제외하면 기타 Bill Frisell과 베이스 Ben Street 등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라인-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이들이 긴 시간 함께 나눈 호흡의 깊이를 증명하고 있다. 데이비드는 Continuum (2012)을 통해 앤드루 및 벤과 함께 녹음한 경험이 있는데, 자신의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 당시의 분위기와 달리 Tomasz Stanko나 Chris Potter의 ECM 앨범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내밀함과 축약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Incienso"는 물론 앤드루와 "Dance of the Nuances"를 공동 작곡하여 앨범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등 이번 쿼텟의 음악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앤드루는 쿼텟의 공간을 동등하게 배분하고 각자의 자율성에 바탕을 둔 자연스러운 합의를 유도한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임프로바이징을 근간으로 하는 밴드의 성격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음악적 태도일 수 있는데, 그 효과로 완성되는 다면적인 스타일은 앨범의 핵심을 이루는 대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원곡이 지닌 기본적인 성격과 이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전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진행과 결과에 대한 부분은 온전히 멤버들의 자율적 진행과 유기적 인터플레이에 의해 완성되는 것은 분명하다. 쿼텟이 단일한 공간 안에서 완성하는 테마와 그 이후 임프로바이징의 모멘텀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텐션의 응축과 이완은 그 자체만으로도 극적이다. 첫 대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기타와 피아노의 상호관계 또한 인상적이며, 앨범이 보여주는 다면적인 이미지들은 이들의 합에 의해 반 이상은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부분적으로 활용된 데이비드의 신서사이저는 쿼텟의 기본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표현의 확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앤드루와 ECM이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매혹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앨범이다.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