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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w Wasylyk - Balgay Hill: Morning in Magnolia (Clay Pipe, 2021)

Andrew Wasylyk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스코틀랜드 멀티 인스트루먼트 뮤지션 Andrew Mitchell의 앨범. 앤드루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포크, 재즈 등의 복합적인 장르적 특징을 바탕으로 필드 리코딩이나 섬세한 사운드 스케이프 등의 앰비언트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다분히 레트로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다. 연주 악기의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지만 전자 악기를 이용해 표현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개별 사운드가 지닌 위상을 섬세하게 배치하여 공간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앨범은 앤드루의 이와 같은 기본적인 특징들이 집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밀한 묘사적 표현이 지닌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앨범의 타이틀과 부제는 기본적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한 초기에 인적을 피해 새벽 시간에 공원을 산책하며 느꼈던 서정을 시적인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암울할 수도 있는 시절을 반영한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밝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경쾌한 아침의 발걸음을 닮은 듯한 템포로 묘사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특히 여기에 연주 악기들이 보여주는 레트로 한 사운드의 조합은 익숙함이 전하는 편안함까지 간직하고 있어, 바이러스에 의해 침탈된 일상을 오히려 사색을 위한 고독의 미학으로 완성한 듯한 태도를 엿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고독감이라는 정서가 지배적이지만 절대 우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개인의 사회적 고립이 강요된 시절에 접할 수 있는 제한된 일상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려는 모습은 우리 주변을 조금은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귀찮게 느껴질 법한 파리 소리도 앤드루의 음악 속에서는 정겹게 다뤄지고 저 멀리 배경처럼 전해지는 필드 리코딩은 마치 우리가 그의 산책에 동행하는 듯한 평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사태를 거치는 동안 많은 뮤지션들은 저마다 자신의 언어를 통해 음악으로 기록하지만, 확실히 앤드루의 방식은 일상성을 강조함으로써 그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앤드루의 오랜 음악 동료인 Rachel Simpson이 관악 연주를 담당하고 있다.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