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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enon - Tongue (Friends Of Friends, 2018)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뮤지션 Brian Allen Simon의 프로젝트 언엔온 신보. 일렉트릭 믹스나 신시사이저를 이용하거나 필드 리코딩을 활용하는 예는 유사한 앰비언트 계열의 뮤지션들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브라이언의 경우 색소폰을 이용한 미묘한 톤의 라인을 활용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EP와 리믹스를 제외하면 통산 네 번째 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음반에서도 브라이언은 색소폰의 임프로바이징과 앰비언트의 요소들에 기대어 자신의 음악적 유니크함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번 앨범 역시 장르적 규범을 혼란스럽게 하는 브라이언 특유의 모호한 음악적 스탠스를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르 접합적 특징을 지닌 음악들은 경계와 범위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며 접점을 확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브라이언은 이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앰비언트,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등의 명확한 자기 언어를 거부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장르 사이의 경계들을 무효화하고 그 공간을 허물어뜨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묘한 공생의 시도를 상징하기라도 하듯 그의 음악에는 소리가 부유할 수 있는 공간감이 넓게 펼쳐지며 저마다 다양한 악기의 사운드가 레이어를 이루며 배열된다. 마치 순열을 이루는 듯한 이러한 사운드의 배열을 교란하는 것은 브라이언의 색소폰이다. 정체성을 상실한 듯한 미니멀한 피아노의 라인과 전자 악기의 효과음 위로 마치 무엇인가를 형상화하려는 색소폰의 프레이즈는 종종 긴장의 축을 형성하며 음악적 메시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음악에서 따르는 형식에서의 명료함은 불분명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비정형적인 진행 과정을 통해 폭넓고 정교한 사운드가 자유롭게 배열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사운드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하모니를 이루며 멜로디가 되고 리듬을 드러나며 그 자체로 브라이언의 음악적 언어가 된다. 무의식의 흐름에 의존한 듯하지만 오히려 강한 자아를 완성하고 있는 음악들이다.

201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