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Ang le Dubeau의 앨범. 이번 녹음에도 자신의 La Pietà 앙상블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앙젤은 주로 Philip Glass는 물론 Arvo Pärt, Ludovico Einaudi, Max Richter 등과 같이 현존하는 현대 작곡가의 원곡들을 커버하는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대상을 어느 특정 작곡가에 한정하지 않고 Armand Amar, Dario Marianelli, Michael Nyman 등과 같은 범위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Ólafur Arnalds와 같은 현재 진행형의 사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앙젤의 지난 커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업에서도 오리지널리티보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대입하는 방식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개방된 해석의 공간을 현의 기교로 채우거나 과몰입을 유도하는 지나친 확장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로 녹음한 올라퍼의 "1440"와 같은 곡을 보더라도 건반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성 형식을 현악의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원곡과는 다른 뉘앙스의 연주를 들려준다. 다양한 성격의 여러 곡을 앙젤과 라 피에타의 볼륨에 맞게 편곡한 측면도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바이올린의 주관적 해석과 개입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일련의 재구성이 진행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원곡과 묘한 대비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앨범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균일한 텍스쳐에 기반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나름 주목할만하다. 오리지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호불호의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편하게 듣기에는 부담 없는 앨범이다.
202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