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즈 키보드 연주자 Angelo Mastronardi의 앨범. 안젤로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여러 키보드나 펜더 로드를 활용해 재즈의 전통적 문법과 표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듀오부터 대편성에 이르는 다양한 포맷을 선보이며 다양한 음악적 합을 펼쳤는데, 이번 앨범은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는 대신 곡의 분위기나 성격에 따라 솔로에서 퀸텟에 이르는 여러 편성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색소폰 Emanuele Coluccia, 트럼펫 Marco Gianfreda, 신서사이저 Bonbooze, 전자 베이스 Paolo Romano, 세미-어쿠스틱 베이스 Gianluca Aceto, 드럼 Paolo Colazzo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1-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번 앨범에서 안젤로와 처음 합을 맞춰보는 뮤지션이라는 점은 이례적이다. 앨범은 다양한 포맷에도 불구하고 나름 균일한 톤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문법과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오디너리함이 가장 큰 이유일 듯싶다. 사실상 규범적 양식에서 벗어난 일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진행 또한 안젤로를 중심으로 한 교과서적인 익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펜타토닉 스케일에 충실하며 그 표현에서도 의외성보다는 일상성을 강조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다만 안젤로의 펜더 로드의 사운드 자체가 지닌 질감 자체가 워낙 감각적인 데다 이와 같은 음향이 재즈의 하모닉스나 코드 진행에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배음이 때로는 몽환적이면서도 사이키델릭 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하게 된다. 짧게 끊어가며 간결하게 라인을 이어가는 키보드는 명료하고 선명하며, 여기에 드럼 싱코페이션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그루브나 베이스의 감각적인 워킹은 곡의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만든다. 전체적인 완벽한 합을 유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개방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점을 잡아가는 방식의 연주는 감상자의 접근을 더욱 편하게 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모난 구석 없는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느낌을 전해주는 앨범이다.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