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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teloper - Pink Dolphins (International Anthem, 2022)

미국의 재즈 그룹 Anteloper의 앨범. 10대 후반 시절부터 음악적인 교류를 이어왔던 트럼펫 연주자 Jaimie Branch와 드러머 Jason Nazary는 2010년대 말 안텔로퍼를 결성하고, 악기가 지닌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며 창의적인 표현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펫과 드럼에 각자는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는 물론 신서사이저를 믹싱 하여 복합적인 유형적 특징을 지닌 독특한 음악을 창조해냈으며, 여기에 이들 특유의 터프한 정서적 분위기까지 더하며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확립하게 된다. 안텔로퍼의 데뷔작인 Kudu (2018)와 미니 앨범 Tour Beats Vol. 1 (2020)을 통해 확립된 이들의 독특한 언어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고, 더불어 새로운 방향성을 시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번 작업을 위해 프로듀서로 영입한 Jeff Parker를 통해 실현되는데, 그는 안텔로퍼가 지금까지 보여준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사운드와 구성을 통해 그룹의 언어를 새롭게 갱신하고 그 표현의 보다 세밀하게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제프는 자신의 기타 외에도 베이스, 퍼커션, 키보드 등의 연주를 더해 안텔로퍼가 지닌 확장의 가능성을 더욱 개방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 기존 작업에서 은연중에 반복되었던 힙합적인 요소들을 배재하는 대신, 복합적인 사운드의 구성과 믹싱 효과를 더해 풍부한 공간 연출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미묘한 사이키델릭은 물론, 초기 재즈-록의 라이브에서 연출된 다면적인 장르적 복합성 등이, 그룹 특유의 에너지와 더해지며 전에 없던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기존에 비해 공간의 구성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이는 제이미와 제이슨이 역할 축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이 지닌 표현이 확장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기존 안텔로퍼가 지닌 음악적 밀도와 힘을 더욱 응집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일련의 반복적인 사운드 탬플릿의 활용에서 벗어나 임프로바이징을 이용해 루프로 확장하고, 여기에 새로운 즉흥적인 모티브를 스테레오 패닝의 공간에 배열함으로써 풍부한 음악적 이미지를 완성하는 등, 오히려 제이미와 제이슨의 역할과 표현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생생한 현장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며, 공간 구성의 정교함조차 마치 라이브 믹싱처럼 연출되고 있어 안텔로퍼 고유의 특징을 더욱 강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사실이다. 두 연주자가 출력하는 강력한 사운드와 다양한 일렉트로닉의 효과는 여전히 창의적인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개방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진 새로운 요소는 이를 더욱 밀접한 거리에서 인터랙티브 한 표현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배열과 구성을 정의하고 있다. 복합적인 장르적 양식들이 응집된 독특한 표현을 이루면서도, 개별 요소들의 특징 또한 명확히 부각되고 있어 터프 한 이미지는 더욱 강조된다.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