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Anton Kubikov - Waitness (self-released, 2020)

러시아 출신 독일 전자 음악가 안톤의 앰비언트 앨범. 20년 가까이 테크노 필드에서 DJ로 활동했던 안톤이 최근 몇 년 사이 앰비언트 계열의 작업들을 간헐적으로 선보였는데, 이번 앨범 역시 예전 Whatness (2017)과 장르적 맥락은 같이하고 있다. 전작은 다크 한 톤 스페이스를 강조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라이트 한 느낌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그가 늘 다루고자 했던 실존적 불확실성에 대한 묘사는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큰 폭으로 굴절되는 웨이브에 비정형적인 라인이 교차되는가 하면 여기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기 갈 길을 가는 듯한 사운드스케이프가 펼쳐지는 등 레이어들 사이의 이질적 교합이 아슬아슬하게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레이어링은 일련의 패턴으로 반복되기보다는 개별 곡마다 다른 형식을 갖추고 있고, 심지어는 안톤의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하우스 계열의 그르부가 포함된 곡들도 포함되어 앨범 전체적으로 버라이어티 하다는 인상도 든다. 하지만 커다란 퍼즐 박스의 그림을 완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일체감이 존재하고 있어 나름의 정서적 균일함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