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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tonio Mazzei - Casa (Toussaint, 2022)

베네수엘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ntonio Mazzei의 트리오 앨범. 안토니오는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했고 2000년대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여러 뮤지션들의 사이드맨 활동과 더불어 여러 음반의 제작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도에 들어 안토니오는 유럽에서 색소폰 연주자 Jean Toussaint의 쿼텟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데, 장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게스트로 참여하여 한 트랙에서 트리오와 함께 연주를 녹음하기도 한다. 이번 트리오는 JTQ의 동료인 드러머 David Xirgu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이스는 Doug Weiss가 담당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안토니오의 이전 솔로작 Reveries (2018)에서 보여준 다양한 언어와 표현의 생생한 발성을 그대로 가지고 오면서도, 이를 트리오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균형감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남미적인 표현은 은유적인 형식으로 내재화되어 있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대신, 클래식적인 시각과 접근을 활용해 곡을 구성하는가 하면, 관행적으로 친숙하게 전달될 수 있는 대중적인 표출 방식에도 무척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정통적인 재즈의 언어에 기반을 두고 표출된다는 점이 안토니오의 가장 큰 매력이며, 트리오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은 무척 우아한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체 녹음은 마치 라이브와도 같은 생생함을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치 포스트-밥 시대의 스튜디오 세션을 연상하게 하는 이와 같은 현장감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고전미의 중요한 핵심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자칫 오디너리 하게 전달될 수도 있는 분위기임에도, 안토니오는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언어와 표현을 통해 이를 무척 세련된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다. 라이브와 같은 환경에서도 프레이즈의 섬세함과 라인의 아름다움을 지속시키는 남다른 감각은 다양한 표현이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속도감 있는 템포에서도 간결하게 구사되는 명료한 코드 키핑과 프레이즈의 전개는 물론, 화려함과 간결함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도 불필요한 수사가 전혀 없는 명료한 피아노에서 절제미를 경험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대목이 테크니션으로서의 완성도를 강하게 호소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트리오 연주에서의 가장 큰 매력은 균형감이다. 정교한 피아노의 코드와 자율적인 베이스 워킹이 이루는 대위적인 조화는 물론, 공간을 여유롭게 활용하는 순간조차 그 간격 사이에 음악적인 긴장과 밀도를 채우는 방식 등, 트리오의 연주가 들려주는 안정감은 어느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이 온전히 지속된다. 이와 같은 균형미는 다양한 표현을 결합하는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밥에 기초한 전통적인 양식의 표현에서조차 트리오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창의적인 프레이즈를 구사하면서도 그 어떠한 어색함은 물론,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조차 전혀 없는 참신함이 묻어난다. 고전미와 현대적인 감각의 조화는, 본능에 가깝다고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안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표현으로 이어지며, 친숙한 음악적인 은유를 활용하는 순간에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적 표현의 활용에서는 유연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엄밀함이 느낄 수 있어, 고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