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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ia Rostami - Siren (Dronarivm, 2023)

 

이란계 미국 작곡가이자 앰비언트 뮤지션 Aria Rostami의 앨범.

 

2010년대 초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아리아는 사운드의 유기적 조합이 이루는 독특한 분위기로 인상적인 앰비언스를 보여주는 전자 음악가이다. 시퀀싱이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보다는, 피아노와 각 사운드의 연주적 특징을 음악에 담아내면서도, 화려한 기교적 표현 대신, 일상의 어느 한순간에 머무는 듯한 집약적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데뷔 이후 꾸준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있으며, 각각의 작업은 저마다의 독특한 특징을 담아내기도 하는데, 이는 이사로 인한 새로운 환경의 적응이나 새로운 가족의 만남 등과 같은 굵직한 생활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으며, 그만큼 아리아의 음악은 자신의 일상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아리아의 음악에서 필드 리코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뉴욕으로의 이주가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정서적 반영을 보여주는 듯한 피아노의 간결한 즉흥적 프레이즈는 물론, 감정적 분위기를 담아낸 듯한 사운드와 텍스쳐 등의 활용은 최근 그의 음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아리아의 최근 특징을, 어쩌면 이번 앨범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단순한 묘사적 표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여러 소스를 중첩해 사운드 필드를 완성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여러 현장 녹음 소스의 조합을 중심으로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난해한 사운드 콜라주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양한 필드 리코딩으로 서서히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완성해 가는 모습은, 마치 빈 캔버스에 여러 질감과 색으로 이루어진 페인트로 조금씩 화폭을 채워가는 듯한 모습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는 필드 리코딩의 레이어링의 단순한 조합에서 머물지 않고, 그 위에 정서적 이미지의 형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한 듯한 표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껴지는데, 이와 같은 다양한 라인의 중첩과의 균형을 통해, 하나의 독특한 음악적 플로우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라인의 중첩 또한 필드 리코딩의 레이어링과 유사한 방식의 조합을 보여주는데, 개별 사운드 소스의 다양함은 물론, 각각의 음원 또한 저마다의 고유한 질감과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아리아의 음악은 여러 텍스쳐와 소스를 하나의 매시브 한 공간 속에 응집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분위기가 몽환적인 형상을 완성한다는 점은 무척 매력적이고, 이 지점이 그의 음악적 독특함을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러프하게 컷-오프 된 음원들은 서로의 중첩 속에서도 충돌을 피아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컴프레싱 된 사운드를 통해 집합적인 사운드는 나름의 균형점에 수렴하며, 안정적이면서도 느린 호흡의 플로우를 완성하고 있는데, 테이프 프로세싱의 특징을 반영한 대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 이와 같은 조합을 이루는 아리아의 음악에서, 필드 리코딩과 연주의 플로우가 각기 다른 기능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장 녹음의 경우, 그 역할이 담당하는 고유의 기능에 비교적 충실하여, 주변의 상황에 대한 묘사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 집합적 중첩을 통해 음악적으로 의도한 특정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서적 반영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장 녹음의 매시브한 표현은, 각각의 레이어가 보여줄 수 있는 통상적인 단편적 분위기와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혼란처럼 묘사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감성에 다가서는 다면적인 집약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와 조화를 이루는 연주의 플로우는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충실한 라인을 이어갈 수 있으며, 자신의 정서적 직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두 가지 영역의 조화와 균형이 완성하는 음악적 표현은, 기존의 드론이나 사운드스케이프의 모습과 유사하면서도, 구체적 과정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접근을 활용하고 있으며, 풍부한 음악적 텍스쳐를 응집한 그 형상 또한, 복합적인 다면성 속에서도 현실의 실체에 다가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이러한 느낌은 모션 블러로 캡처한 커버 사진의 이미지와도 유사하며, 실제 각각의 곡은 저마다의 고유한 색감을 지니기도 한다. 각 트랙은 다분히 일상과 관념의 경계에 있는 듯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현장 녹음과 연주의 조합으로 완성한 음악을 듣다 보면 나름 적절한 표제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정의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그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진솔하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앨범이다.

 

 

202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