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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ian Shafiee - Pastorale (Constellation Tatsu, 2021)

아랍계 미국 기타리스트 겸 사운드 아티스트 Arian Shafiee의 앨범. 기타를 통해 비교적 다양한 장르적 영역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아리안은 Arabic Voice (2019)를 계기로 자신의 음악적 언어들은 물론 인종적 기원을 반영한 아라비안 음향까지 추상화하여 마치 사운드 콜라주와 같은 독창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어쩌면 이번 앨범 역시 이와 같은 음악적 접근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주변의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듯한 과정의 일부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 작업에서도 여전히 해체적인 태도는 부각되기도 하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재구성의 과정이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은 공간 활용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함께 참여한 뮤지션의 개성도 반영되는데 Chuck Johnson, John Calvin Jones 등과 같은 미니멀한 드론 아티스트, Claire Rousay와 같이 비음악적인 사운드를 음악의 요소로 포함하는 독특한 시도는 물론 바이올린 임프로바이저 Joanna Mattrey와 보컬리스트 Gabrielle Herbst 등과의 협업도 진행한다. 독특한 점은 공간을 각자 양분하거나 함께 공유하는 것도 아닌, 여기저기 분산된 여러 개의 불빛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빛을 발하며 마치 남산에서 도심의 야경을 내려보는 듯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서로 유사한 텍스쳐를 지닌 사운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부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전 작업의 콜라주적인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새로운 몽환적 표현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리안은 자신의 고유한 스틸 기타 사운드는 물론 이를 변색해 마치 다른 악기의 음향을 모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일렉트로닉에 대해서도 신중한 응용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 특징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의외로 아리안의 솔로로 녹음된 트랙들이다. 솔로로 진행된 "Wembley"는 중첩된 여러 레이어의 사운드들을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독특한 정서적 이미지를 연출하는가 하면, "Public Life"에서는 피아노를 공간적으로 왜곡해 현실과 분리해 거리에서 쇼윈도를 통해 연주를 듣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교적 다양한 것을 담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반짝이는 따듯한 이미지도 간직한 앨범이다.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