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며 다국적 뮤지션들로 구성된 트리오 아리파의 신보. Alex Simu (cl), Franz von Chossy (p), Sjahin During (perc)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기존 아리파의 음악적 지향의 연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루마니아, 독일, 터키 등의 다인종으로 구성된 트리오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적 기원들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특히 주요 테마와 멜로디를 담당하는 클라리넷의 위치가 전면에 배치되다 보니 이국적 정서가 반영된 특징이 부각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 또한 재즈와 현대음악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서를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아리파가 보여주는 방식은 장르적 균형과 긴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자기 음악의 내적 밀도를 다진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것은 단순히 장르적 특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관철된다. 마치 세 개의 독립된 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상호 견인하며 공통의 텍스쳐를 구성하기 위한 침전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팀들은 많다. 또한 그 수많은 예시 속에서 아리파만의 고유함을 찾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아리파는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단일한 음악적 합의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공연에서 여러 문화권의 뮤지션들과의 협연에서 드러낸 개방적 성격을 상대적인 것으로 만들긴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선택적 합의가 도출할 수 있는 에소테릭한 표현들을 극적으로 부각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브에서 보여준 유연성도 좋지만 텐션과 밸런스가 합을 이루는 스튜디오 녹음도 나름 매력적인 인상을 받는다. 이들의 낯선 호흡이 연출하는 시적 서정마저 이제는 친숙해지는 느낌이다.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