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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kady Shilkloper & Vadim Neselovskyi - Lustrum (Neuklang, 2017)


독일에서 거주 중인 러시아 호른 연주자 아카디 쉴클로퍼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바딤 네스롭스카이의 세 번째 듀엣 앨범. 2011년 아카디의 Moscow Art Trio의 멤버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Last Snow (2013)와 Krai (2014)를 연이어 발표하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둘 만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번 앨범을 듣기 전에 들었던 감정은 기대감보다는 설렘에 가까웠다. 그 만큼 아카디와 바딤이 이전 두 장의 앨범에서 보여줬던 음악적 합의는 유사한 형식의 그 어떠한 음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을 전해 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카디와 바딤 두 뮤지션에 대한 개인적인 맹목적 팬심 또한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앨범을 포함한 이들의 전체 듀엣 음반에는 북유럽적인 감성과는 미묘하게 구별되는 이스턴 스라브적 정서가 깊게 반영되어 있다. 두 뮤지션의 공간에 대한 합의는 재즈적인 자율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개별 곡에 따라서는 클래식적인 레토릭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민속적 표현으로 둘만의 대화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음악적 언어의 다중성은 부분적인 특징들 속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난다기 보다는 하나의 단일한 표현 속에서 복합적으로 관찰된다. 마치 그 모든 특징들이 아카디와 바딤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처럼 묘사되고 표출된다. 특히 이러한 두 사람이 공간적 자율성에 의지해 서로의 음악적 합의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진행에서 보여지는 의외성은 늘 새롭고 신선하다. 이러한 의외성은 낯섦에서 오는 효과일 수 있지만 이들의 음악이 듣는 이의 정서와 감정에 쉽게 도달하는 것이 어쩌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서정적인 테마가 극적인 방식의 표현으로 해체되는가 하면 어느새 명상적인 라인으로 조화를 이루는 숨가쁜 변화의 과정 속에서도 두 뮤지션이 늘 고른 호흡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그만큼 아카디와 바딤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적 일체감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앨범이다.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