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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mel Dupas - A Night Walk (Upriver, 2017)


프랑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아르멜 듀파스의 2017년 신보. 10년 넘는 음악 경력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름의 뮤지션이다. 2004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상하기도 했고, 여러 편의 영화 OST 작업과 유명 뮤지션의 사이드 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당대의 쟁쟁한 뮤지션들로 구성된 Henri Texier의 Sky Dancers 멤버로 참여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Inner Island (2014)와 Upriver (2015)에 이은 아르멜의 통산 세 번째 타이틀로 Kenny Ruby (b, key)와 Mathieu Penot (ds, key) 등이 참여한 트로오 형식의 녹음이다. 이번 앨범은 특정한 음악적 테마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앨범 전체의 통일적인 메시지보다는 자신의 음악적 다양성을 트리오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재즈 이외에 주변 인접 장르의 음악적 형식을 고스란히 차용하여 개별 트랙마다 각기 다른 장르적 특성을 선보이는가 하면, 그 언어에 있어서도 여러 표현 양식들이 하나의 앨범 안에 공존하고 있다. 재즈는 물론, 록, 클래식,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요소들 복합적인 형태로 결합되어 있으며,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어프로치에서부터 섬세한 라인의 디테일을 강조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등의 다채로움이 마치 백화점 진열장처럼 펼쳐진다. 개별 트랙에 따른 음악적 스타일이 상이하다 보니 연주 과정에서 트리오가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 또한 매번 달라지기 마련으로, 심지어 "Palo Alto"와 같은 곡에서는 모든 성원들이 키보드를 연주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관찰된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양식의 변화 속에서도 아르멜 특유의 음악적 애티튜드가 너무나 쉽게 드러난다는 점은 아이러니일 것이다. 제한된 스케일 내에서 집약적으로 펼쳐지는 프레이즈의 상상력, 진행의 전개 과정에서 에너지가 집중되는 듯 한 표현의 응집력, 각기 다른 음악적 언어를 하나의 단일 체계 속에서 융합하는 응용력 등은 주목해볼 만하다. 어쩌면 이 모든 다양성이 아르멜의 고유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8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