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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ukai - Branches of Sun (self-released, 2018)


독일 출신 Markus Sieber의 프로젝트 아우카이 신보. 하와이 말로 여행자라는 뜻을 지닌 아우카이는 남미에서의 경험이 반영된 데뷔 앨범 Aukai (2016)를 발매했고, 미국 콜로라도에서의 일상을 담아 이번 앨범을 녹음했다. 어쿠스틱 앰비언트를 표방하는 그의 음악은 데뷔 앨범과 더불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그의 음원은 일렉트로닉 계열의 여러 뮤지션들에 의해 리믹스 등의 형식으로 재구성되었을 만큼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담고 있다. 그의 음악은 전자 효과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마르쿠스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론로코, 기타, 베이스, 피아노, 키보드 등은 물론 아내이자 조력자인 Angelika Baumbach의 신시사이저, 건반, 비브라폰 등을 비롯해 첼로, 바이올린, 아코디언, 퍼커션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6-7인조 Aukai Ensemble과의 협연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이들은 20여 개 가까운 악기들을 번갈아 연주하거나 레이어링 작업을 통해 기악적 형식을 갖춘 연주를 완성한다. 기본적인 작곡은 마르쿠스가 담당하지만 앙상블 전체의 협의를 거친 편곡을 통해 보다 더 밀도 있는 음악적 완성도를 이루게 된다. 마르쿠스 스스로 본인은 훈련된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음악적 의지를 표현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유기적인 내밀함이 강하게 발현되는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론로코를 이용해 연출되는 정체불명의 모호한 민속성은 동독 출신으로 장벽의 붕괴를 경험하고, 이후 '여행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삶이 반영된 듯한 애잔함으로 드러난다. 때문에 이전의 멕시코에서도, 지금의 미국에서도 마르쿠스는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동일한 시선을 자신의 음악에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정서가 반영된 음악들은 무대가 되고 스크린이 되어 복잡한 심경이 담긴 내레이션이 되지만 그 언어의 서정성은 듣는 이의 마음에 쉽게 도달하도록 한다. 사운드 스케이프와 함께 펼쳐지는 이미지는 마르쿠스 음악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중첩된 사운드만큼 겹겹이 쌓인 감정이 담겨 있다. 


201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