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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vishai Cohen - Naked Truth (ECM, 2022)

이스라엘 트럼펫 연주자 Avishai Cohen의 앨범. 이번 아비샤이의 녹음에는 그의 오랜 동료인 피아노 Yonathan Avishai와 베이스 Barak Mori를 비롯해 드럼 Ziv Ravitz가 참여한 쿼텟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드러머가 Nasheet Waits 대신 지브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형식적으로는 기존 쿼텟 리코딩인 Cross My Palm With Silver (2017)와 유사하지만, 지금까지 아비샤이가 ECM에서 발매한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이번 작업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적 내용을 채우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전 쿼텟 녹음에서는 내밀한 인터플레이의 긴장을 끌어내면서 이를 하나의 통합적인 이미지로 완성하는 듯한 리더로서의 조율이 인상적이었다면, 이번 리코딩에서는 개별 공간의 고립감을 부각하며 상호 간의 정서적 동질감을 확인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거의 모든 곡에 걸쳐 짧게 구성된 모티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테마의 기능을 수행한다기보다는 마치 이후의 진행에서 맴버 각자가 펼쳐 보여야 할 이야기의 화두처럼 작용하며, 각자의 자율성에 부여된 최소한의 동기처럼 기능한다. 때문에 구성원 상호 간의 개입은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직관에 의존한 다양한 반응처럼 보이며, 덕분에 전혀 정형화되지 않은 인터플레이를 통해 진행이 조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는 격렬한 반응도 존재하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긴 침묵도 흐르며, 때로는 오롯이 혼자만의 독백이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이들의 대화에 있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부적인 구체적 표현보다는 핵심에 다가서려는 듯한 압축적인 연주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인데, 이는 탐구적이면서도 사색적인 형상으로 연주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디테일은 감정과 직결된 듯한 연주자들의 섬세한 손끝에서 드러나고 있어, 사운드 하나하나에 미세한 긴장이 흐르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에는 귀에 감기는 인상적인 멜로디는 물론 몰입을 유도하는 임프로바이징도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대신, 동일한 정서적 일체감을 바탕에 둔 깊이 있는 음악적 대화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만으로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와 같은 대화를 이스라엘 작가 Zelda Schneurson Mishkovsky의 시 “Departure”를 낭독하며 마지막 챕터를 끝맺은 것은 훌륭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20220225

 

 

 

related with Avishai Cohen

- Avishai Cohen - Cross My Palm With Silver (ECM,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