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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wali - Ad Astra (XION, 2018)


프라하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뮤지션 Tamara Sofia Shmidt의 프로젝트 아왈리의 신보. 소피아는 피아노 사운드를 중심에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들을 선보이는데,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스타일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시네마틱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연출한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세 번째 정규 음반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선보였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피아노와 전자 키보드, 그래도 때로는 자신의 보컬을 이용해 풀어내는 소피아의 음악은 어느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에 귀결되지 않는 복합적인 특징들을 드러내고 있다. 앰비언트, 인더스트리얼, 트립합 등의 스타일이 얽혀 있으면서도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의 경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공배수만을 취하는 정갈한 표현은 무척 우아하다. 다소 불분명하게 보였던 EP Breadcrumbs (2014)를 제외한다면 이러한 특징들은 Between Significant (2015)와 White Silence (2016) 등의 전작에서도 일관되게 관철되고 있어, 어쩌면 소피아에게 있어 이 모든 결과물들이 이미 완성된 자기 결정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로 구조를 세우고 그 주변에 전자 효과, 전통 악기, 자신의 목소리, 필드 리코딩 등을 엮어 음악을 완성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긴밀한 밀도 안에서 응집하기보다는 일정한 공백을 사이에 두고 배열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마치 뼈대와 외장만 있는 현대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각각의 요소들은 표류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을 이루고 있다. 소피아는 이러한 적막한 공간 속에 쓸쓸한 정서를 향기처럼 채운다. 일상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작가의 무의식이 반영된 듯한, 은유적이고 때로는 표제적인 성격의 곡들은 차분한 묘사를 바탕으로 균일한 채도의 이미지들을 형상화하고 있어, 앨범 전체는 마치 단편들로 이루어진 영화 한 편을 귀로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기존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소피아의 사적 정서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쓸쓸하면서도 시크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습을 반영한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201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