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BRUIT ≤ - The Machine Is Burning and Now Everyone Knows It Could Happen Again (Elusive Sound, 2021)

기타 Théophile Antolinos, 베이스/바이올린/키보드 Clément Libes, 첼로 Luc Blanchot, 드럼 Julien Aoufi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포스트-록 그룹 BRUIT ≤의 앨범. 2016년 스튜디오 환경에서의 사운드 실험을 위해 3인조로 결성된 브뤼는 이후 2018년 첼로가 합류하면서 지금과 같은 3인조 라인-업의 밴드로 완성된다. 이후 미니 앨범 Monolith (2018) 발매 이후 본격적인 투어 밴드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되었지만 2020년 전염병 사태로 기획되었던 모든 이벤트가 취소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번 첫 정규 앨범의 녹음을 완성하게 된다. 이전 EP에서도 브뤼의 대략적인 음악적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었듯이 이번 앨범은 포스트-록을 바탕으로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의 요소들을 결합한 다면적인 장르적 특성은 물론 실험적인 사운드의 구성을 통해 그 표현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향이 구성하는 독창성은 단순히 첼로와 바이올린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넘어서 샘플링과 리얼 드럼을 결합한 분할적 비트의 감각적 운영은 물론, 기존 포스트-록에서 연상되는 스웰링 톤의 천편일률적인 어감에서 벗어나 어쿠스틱을 포함한 다양한 색감의 기타 사운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여기에 여러 브라스 연주자들을 게스트로 참여시켜 풍부한 고전적 배음을 완성하기도 한다. 전자 기계음은 물론 클래식의 고전 악기를 포괄하는 폭넓은 사운드의 스펙트럼이 모여, 마치 하나의 록 오케스트레이션을 이루는 듯한 풍성한 하모니와 그 다양한 조화는 브뤼가 지닌 장르적 다면성을 드러내는 핵심과도 같다. 그렇다고 브뤼의 음악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사운드의 조합으로 완성할 수 있는 극적인 내러티브가 존재하고 또 여기에는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관을 담은 강한 메시지까지 내포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자본주의의 탈성장, 빈곤, 환경 파괴 등을 비판해온 프랑스의 극좌파 유전학자인 Albert Jacquard의 내레이션 녹음을 곡의 진행 중에 삽입하기도 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떠나더라도 음악 그 자체가 구성하는 내러티브의 구조는 무척 견고하여 일상적인 장르적 경험을 넘어선 신선함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들의 활동은 무조건 지속하여야 하며, 모든 장르를 통틀어 올해 들은 앨범 베스트 목록에 무조건 포함될 작업이다.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