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트럼펫 연주자 Jakob Sørensen이 리드하는 그룹 Bagland의 앨범. 2010년대 중반 기타 Alex Jønsson, 키보드/신서사이저 Mathias Jæger, 베이스 Frederik Sakham, 드럼 Frej Lesner 등으로 결성된 그룹은 데뷔 앨범 Bagland (2015)를 발표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처음 선보인다. 당시만 해도 북유럽 특유의 공간 활용과 실내악적인 엄밀함을 결합하여, 여유로우면서도 친밀한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연주를 들려줬고, 이는 후속작인 NOMAD (2016)에서도 그 특징을 이어가게 된다. 이후 선보인 Cirkel (2019)에서는, 주로 어쿠스틱을 이용해 공간을 구성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신서사이저, 페탈 스틸, 일렉트릭 베이스 등을 활용하며 이전과는 다른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선보이며 일련의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노르딕 재즈를 근간으로 하는 퀸텟의 기본적인 음악적 성격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새로운 표현 방식을 활용해 자신들의 음악적 양식을 확장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에서 봐도 무방할 듯싶다. 기존 작업에서도 퀸텟 멤버들 외에 게스트 연주자의 참여로 색다른 음악적 텍스쳐를 덧입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첼로 Josefine Opsahl와 바이올린 Anna Jalving이 일부 트렉에 참여하고 있다. 현악은 특정한 장르적 표현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기존 밴드의 사운드에 안착되어, 특히 첼로의 경우 미묘한 질감의 대비를 통해 보다 풍부한 뉘앙스를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자 음향은 물론 트럼펫이나 페달 스틸과 이루는 대위적인 공간 구성은, 마치 첼로가 기존 구성의 일부인 것 같은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밴드는 복합적인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공간 구성에 여유를 두고 있어 개별적인 악기가 비교적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때문에 더블 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의 변화만으로도 음악적인 뉘앙스가 쉽게 바뀔 만큼, 음악 곳곳에 공간 구성에서의 섬세함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밴드의 음악적인 분위기 자체가 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사운드의 조합에서 다양성은 물론 유연성을 지닌 대신 오케스트라와 같은 총체성을 통해 나름의 균일한 정서적 질감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을 통해 완성된 공간이 섬세한 특성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여러 사운드의 활용에서 더 많은 공간이 개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여, 한층 더 여유로운 서정은 물론 내밀한 표현까지 동시에 완성하는 음악적 분위기를 완성하게 된다. 노르딕 특유의 차가운 공기의 밀도는 물론 진지한 서정을 감각적인 사운드의 구성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