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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aptiste Bailly - Suds (Neuklang, 2021)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Baptiste Bailly의 솔로 앨범. 지금까지 듀오와 트리오로 각각 한 장씩의 앨범들을 발표한 이후, 이번 녹음에서는 솔로 공간에서의 연주와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밥티스트의 음악을 발매 순서로 들어보면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기타리스트 David Minguillón과의 듀엣 앨범에서는 라틴적인 색감을 강하게 표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트리오 녹음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콘트라스트를 낮추는 대신 폭넓은 표현의 가능성들을 시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솔로 녹음에서도 라틴적인 감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지만, 장르적인 유연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악적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확장 가능성을 어필하는 듯하다. 밥티스트의 표현이 다면화 할 수록 음악이 전하는 깊이는 보다 밀도를 더해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차츰 완성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솔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라틴적인 감성을 근간에 두고 있지만 그의 피아노는 열정적인 강렬함보다는 섬세하고 명료한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음과 음 사이의 여백 안에 다양한 정서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성이 있다. 이번 솔로에서는 현을 하프처럼 직접 긁고 몸체를 타악기 다루듯 두들기는 등 피아노 그 자체로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악기의 음향을 벗어난 효과나 사운드에 대해서는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원하는 디테일을 구성하는 등 연주 그 자체에서도 적극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일렉트로닉을 활용해 표현을 확장하는 부분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까지 경험하게 해주는 등 확실히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밥티스트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게 된다. 일부 트랙에서 고음역대의 음선이 정리되지 않은 후반 작업의 작은 아쉬움은 남지만 밥티스트의 음악적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