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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 & Sebastian - How to Solve Our Human Problems (Matador, 201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벨 앤 세바스티앙의 신보. 지난해 12월부터 연이어 발매한 3장의 EP들을 하나의 CD에 담아 발매한 앨범으로, 정규 음반에 포함시킨다면 10번째에 해당한다. 1990년대 말, 신촌에 가면 습관적으로 들렸던 향뮤직에서 형 아우 하며 지내던 젊은 매장 스태프가 엄지 척하며 추천해준 앨범이 B&S 것이었다. 12번 좌석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용 CDP로 들었던 B&S의 첫 느낌은 20년 가깝게 흐른 지금에도 생생하다. 20세기 말의 암울함과 밀레니엄의 불안감을 감추려는 화려한 밤길 풍경을 조롱하고 냉소하기라도 하듯 자신들만의 유쾌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때로는 음악이 우리 주변 현실에 직접 개입하여 직접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토로하며 질문을 이어가기도 한다. 큰 의미는 없지만 B&S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질문조차 직설적이지 않고 자신들의 문장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이 이들은 자신들을 단 한 번도 완벽하게 보이도록 포장하지 않았으며, 우리와 같은 일상의 방식으로 다가선다. 이 앨범을 들으며 '우리 인류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어쩌면 질문 그 자체가 해답보다 더 유의미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B&S는 "We Were Beautiful"이라고 말하고 "Everything Is [Different] Now"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스튜디오에 초대된 팬들의 초상을 앨범 커버로 올리고 뮤직 비디오에 담은 B&S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듯이 오랜 시간이 맺어준 유대만으로도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제시되었는지도 모른다. 짧은 개별적인 스토리들이 모여 하나의 앨범을 이루고 있지만 그 단편들 속에는 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우리 모두의 일상과 연관되어 있다. 지난 시간 동안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B&S가 여전히 B&S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일상 또한 우리의 생활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진솔하게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심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진지하다.

201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