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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en Cosgrove - Salt (self-released, 2017)


잉글랜드 출신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벤 코스그로브의 최근작. 2010년 초부터 여러 매체에서 영상 관련 음악 작곡과 더불어 개인 활동도 이어가는데, Field Studies (2014)라는 첫 풀타임 리코딩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대중들에게 알리게 된다. 솔로 라이브를 제외하면 이번 앨범은 벤의 통산 두 번째 음반에 해당된다. 흔히들 벤의 음악을 뉴에이지 계열로 분류고, 본인 스스로 또한 메디테이티브라고 정의를 사용한다. 이러한 형식적 분류에서 벗어나 넓은 의미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피아니스트로 일반화시키더라도 그의 음악은 분명 다른 특징적 요소들이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경우 내면으로 침전하는 감정의 단편들에 집중하는 대신, 벤은 외적 대상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개인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그 기복까지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벤의 음악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자신이 음악의 대상과 관련되어 있다. 전작에서도 그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자연을 비롯한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그의 음악은 단순히 벤 자신의 개인적 일상성에 머물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는 확실히 뉴에이지의 기원적 특징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에서 선보인 음악적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전작에서는 벤 혼자서 20여 개가 넘는 악기들을 직접 연주하고 필드 리코딩을 이용해 음악적 묘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된 표현에 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편곡이나 악기 편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신 음악적 진행과 관련한 디테일에 섬세함을 기울인다. 특히 클래식, 민속음악, 재즈, 록 등의 장르적 특징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 경계들을 모호하게 만드는 음악적 표현들은 극대화된 감정의 기복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앨범에서 보다 극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아트록 피아니스트의 솔로 연주를 듣는 느낌이 드는가 하면 감수성 예민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격한 감정이 연상되는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