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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enjamín Gísli Trio - Line Of Thought (Fjordgata, 2023)

 

아이슬란드의 피아니스트 Benjamín Gísli Einarsson이 이끄는 트리오 앨범.

 

1996년생인 벤야민은 전문적인 재즈 교육을 바탕으로 2010년대 말부터 여러 그룹 활동을 통해 서서히 음악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젊은 뮤지션이다. 북유럽을 배경으로 현지의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Bliss Quintet, Bento Box Trio, Mókrókar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지변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벤야민이 지금까지 선보인 트리오 활동이 기타 혹은 바이올린 등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편성이었다면, 이번 Benjamín Gísli Trio는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번 녹음에는 베이스 Andreas Solheim과 드럼 Veslemøy Narvesen이 참여하고 있으며, Carla Bley의 “Ida Lupino”를 재해석한 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 벤야민의 오리지널로 이루어져 있어, 작곡가로서의 면모 또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벤야민의 음악 자체가 기본적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관계에 대한 북유럽적 취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 피아노 트리오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트리오에 대해 벤야민은 Bill Evans의 서정적인 멜로디, Esbjörn Svensson Trio의 멜랑콜리한 연주, Carla Bley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북유럽 재즈의 전통에 대한 헌정을 담았다고 밝히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언급이 아니더라도 전통적인 양식 안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엄밀함을 바탕으로 완성하는 독창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작곡을 중심으로 하는 구성과 진행의 엄밀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상호 간의 긴밀한 인과적 연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무척 극적이고, 그 안에 풍부한 정서적 긴장을 아름다운 미적 표현으로 응축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엄밀함이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한 연관에 작용하면서도, 개별 공간의 자율성과 능동성을 개방하는데, 멤버 각자의 섬세한 캐릭터는 다양한 호흡과 속도 속에서도 과밀하지 않은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지향하며 안정적인 앙상블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자율적 표현의 화려함만큼이나 내적으로 응집되는 밀도감은 견고하여, 그 중심점에서 만들어 내는 미묘한 긴장은 트리오의 음악에 더욱 풍부한 정서적 함의를 담아내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 담긴 곡 외에도 북미의 전통을 반영한 연주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안에서 발산하는 자유로운 표현은 색다른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본 악기 외의 다른 음향적 요소를 배제한, 고전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형식으로 모던한 감각을 완성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구성이 지닌 현대적인 의미를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엄밀한 양식 안에서 표현의 자유로움을 재현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며, 일상적 이야기를 섬세한 내러티브로 구성하는 과정 또한 매력적이다.

 

 

202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