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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enoît Honoré Pioulard & Sean Curtis Patrick - Avocationals (Beacon Sound, 2019)

 

브누아 오노레 피올라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Thomas Meluch와 숀 커티스 패트릭의 첫 공동 앨범. 둘 다 같은 미시간 출신이며 전자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 외에 사진작가로도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음악은 미묘한 텍스쳐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 간격은 근본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앨범은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특징을 전면에 부각하지 않고 상대의 음악적 결에 따라 서로 엮어가는 공동작업의 사례를 보여주는 듯하다. 앨범 전체는 드론 효과를 바탕에 두고 매우 미니멀한 테마의 반복 속에서 미묘하게 변하는 사운드의 질감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한 전자 악기의 활용에 머물지 않고 릴투릴이나 필드 리코딩, 기타, 보이스 등을 이용해 음악적 텐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만 이 모든 과정과 변화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반복적인 사운드와 효과의 연계는 마치 무한하게 반복될 것 같은 암담함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날줄과 씨줄의 반복과 같아서 직조의 완성된 양식적 유형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이들은 연주 자체보다 그 이미지와 효과에 의해 구성되는 결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은 때로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균일한 패턴을 완성하는 일련의 음악적 행위들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어렴풋한 이미지와 그 잔상만 남는 듯하다. 마치 심해에 잠겨 있는 침몰선을 탐색하는 듯한 고요와 불안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숀의 아버지 Lynn Curtis Patrick이 그린 "The Sinking of the Bradley" (1983)의 커버 아트와 묘한 대칭적 조화를 이룬다. 집중해서 듣고자 하면 들리지 않고 일상의 배경으로 흐르게 하면 무엇인가 떠오르는,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앨범이다.

201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