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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ernt Moen Trio - The Storm (Losen, 2021)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Bernt Moen의 트리오 앨범. 베른트는 여러 앨범에서의 세션과 그룹 활동은 물론 개인 녹음을 통해 인상적인 다수의 작업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그는 트리오 포맷에 남다른 음악적 애정을 보여준다. 최근 10년 사이만 하더라도 그는 다양한 팀 이름으로 7편의 트리오 녹음을 선보이는 한편 각각의 앨범마다 라인-업의 구성을 조금씩 바꿔가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듯한 공간의 균형과 긴장을 들려준다. 이번 앨범에서는 베른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베이스 Fredrik Sahlander와 함께 새롭게 조합으로 합류한 드럼 Jan Inge Nilsen이 참여한다. 이번 녹음에서도 냉랭한 듯한 서정을 담은 베른트 특유의 테마와 멜로디가 큰 힘을 발휘한다. 고전주의적인 음악 양식을 연상하게 하는 스케일 위에 만들어진 테마는 재즈 특유의 코드 진행과 주법을 통해 노르딕 특유의 미학적 어프로치로 통합된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피아노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만큼 베른트의 연주가 전하는 메시지는 선명하게 부각된다. 간혹 트리오를 개인 솔로를 위한 구성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베이스와 드럼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북유럽 특유의 공간적 접근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자율성에서는 그 어떠한 위축도 전혀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제한된 공간 내에서 활성화된 자율성은 피아노의 라인에 긴밀하게 반응하여 전체적으로 인터랙티브 한 특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마치 피아노의 공간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처럼 느껴지며 더욱더 퍼커시브 한 라인의 액션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Relentless"와 같이 힘의 균형과 일체감이 강조된 곡도 존재하고 "Leisureally"처럼 공간의 조화와 배분에 역점을 둔 연주도 있을 뿐만 아니라, 피아노 독주를 위한 작곡도 세 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앨범 전체적으로는 나름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고전주의의 낭만적 서정과 트리오의 밀도 있는 에너지가 신비로울 만큼 절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