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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eyond the Ghost - The Desolation Age (Cryo Chamber, 2021)

Beyond the Ghos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Pierre Laplace의 앨범. 피에르가 이전까지의 음악 활동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스텐스로 BtG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Cryo Chamber 레이블이 지향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기존 작업과 비교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인상적인 내러티브와 그 구성을 구체화하는 세밀한 사운드는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발표한 The Last Resort (2021)는 마치 음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그 세계관을 전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작업은 전작의 연장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Europa Series로 명명하여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에 대한 일련의 연작을 예고하는 듯하다. 전작에서는 2060년 질병이 만연하고 자원이 부족한 유럽에서 전운의 만연한 불안한 베를린을 소재로 다뤘다면, 이번 앨범은 전쟁이 발발한 2061년 런던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전쟁 전과 후의 상황과 묘사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전작 베를린의 경우 불안함 속에서도 황폐해진 문명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담긴 누아르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 이번 런던은 국가 간 폭력의 무자비함과 개인들이 느끼는 공포와 혼란을 직접 다루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결은 물론 그 분위기까지도 전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전작에서는 트럼펫을 비롯해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해 불안 이면에 담긴 인간의 미약한 냉소적 희망이라도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 앨범은 긴장과 공포의 몰입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단순하지만 다양한 양식으로 이루어진 비트 시퀀싱을 비롯해 공간을 감싸는 싸늘하고 거친 텍스쳐의 사운드가 주목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강한 묘사적 진행을 더 하면서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강한 음악적 몰입을 보여준다. 결말로 향할수록 피아노와 첼로와 같은 사운드를 이용해 허망과 희망을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로 끝을 내고 있어,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20211004

 

 

 

related with Beyond the Ghost

- Beyond the Ghost - The Last Resort (Cryo Cha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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