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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jörn Meyer - Provenance (ECM, 2017)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스웨덴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뵈른 메이어의 첫 번째 ECM 발매작. 뵈른은 사이드맨으로 ECM의 카탈로그에서 몇 차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작 본인의 타이틀로 앨범이 발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솔로로 녹음되었는데, 뵈른이 오랜 기간 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새로운 음향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전기 장비는 물론 현과 부품 등을 개량한 6현 베이스들을 이용하고 있어 독립된 개인 연주가 가능할 수 있었다. 3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가 축적했던 음악 작업들이 솔로 공간에서 표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의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정의하고 다시 재정립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뵈른의 음악적 성과를 진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앨범은 뵈른의 음악 작업들을 총괄하는 텍스트로써의 성격도 강하다. 지난 과정들을 되돌아보면 일렉트로닉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베이스 연주를 병행하기도 했고, 그가 지금까지 구사한 음악적 레토릭에서도 전통과 현대는 물론 동서양의 음악 및 문화적 반영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 왔다. 그의 오리지널과 연주 속에는 이미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공존하지만 뵈른의 음악 그 자체로 이미 메타언어적 성격을 강하고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법과 언어가 어떻게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체계 안에서 표현되고 있는가에 대해 뵈른은 이 앨범을 통해 자기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펼쳤던 연주들에 대한 집약은 물론 장비와 관련된 기술적인 성과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피드백을 보여주는 사운드 이펙트는 물론 전통적인 베이스의 토널 레인지를 넘어선 그의 악기는 솔로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확장한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뵈른의 음악적 상상력의 범위를 가늠하게 해주는 요소로 기능한다. ECM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뵈른이었기에 이룰 수 있는 성과다.

201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