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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lack Flak and the Nightmare Fighters - Once We Knew The World Well (self-released, 2017)


미국 유타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신예 포스트-록 그룹 BFatNF의 데뷔 앨범. McKay Green & Sean Murphy (g), Dan Ibarra (b), Dallin Hunt (ds) 등 네 명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이 그룹은 2015년 크리스마스에 결성되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포스팅한 사진을 보면 영락 없는 개러지밴드 지만 이 앨범에 담겨 있는 음악들은 포스트-록 계열의 대표적인 그룹들이 이룬 음악적 성취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연주가 만들어 내는 사운드의 섬세한 텍스쳐는 물론 앨범 전체를 통해 자신들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음악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데 있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러한 메시지와 이미지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룹의 이름과 앨범 커버 아트, 그리고 폴란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Wisława Szymborska의 시에서 따온 앨범 타이틀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앨범이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언급을 빌리면 인간의 갈등과 개인의 투쟁에 관한 역사적 전망을 직접적인 메시지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심보르스카의 시에서 따온 타이틀 곡 "Once We Knew The World Well"을 비롯해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와 "And There Was a Great Calm" 등과 같이 시대 상황이 반영된 Wilfred Owen과 Thomas Hardy의 시를 곡명으로 사용하거나, Ronald Reagan의 연설 기록이나 전쟁 중 실제 교신과 BBC 방송 녹음 등을 효과로 이용하여 자신들의 음악적 메시지에 구체적 묘사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음악 그 자체를 가리거나 과잉하지 않으며 뛰어난 완성도의 음악적 표현 역시 이러한 의도를 희석시키지 않는다. 얼트, 펑크, 데스 등 멤버들이 BFatNF 이전의 음악 활동 경험들이 녹아있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포스트-록 사운드와 내러티브의 전개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늦은 밤 낮은 볼륨에도 방안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 그 자체의 만족감도 뛰어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음악적 쾌감이다.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