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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lack Project - Epic Wonderland (Unit, 2021)

독일 재즈-록 그룹 Black Project의 앨범. 흔히들 재즈-록이라고 불리는 통상적인 범주화 속에는 재즈와 록의 관계 및 균형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개별 장르가 포괄하는 수많은 스타일을 생각하더라도 이 둘의 조합에서 나올 수 있는 음악적 특성들은 무척 다양할 뿐만 아니라 두 영역 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 그리고 여기에 어떤 요소들을 더하느냐에 따라 그 색은 실제로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에 결성된 BP는 두 장르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사이키델릭 한 특성을 더한 묘한 아말감을 전해주는데, 이 또한 흔히들 6말7초의 정서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현대적인 언어로 이를 혼합하고 있어 매우 감각적일 뿐만 아니라 신선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그룹은 트럼펫/플루겔호른 Johannes Stange, 기타/페달스틸 Jo Ambros, 기타/만돌린, BanjoJörg Teichert, 펜더로드/신서사이저 Konrad Hinsken, 더블베이스 Matthias Debus, 드럼/퍼커션 Christian Huber 등 6인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앨범에는 하이델베르크 교대생들로 이루어진 4 x 4 Women's Choir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서사적인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어 기존 재즈-록 계열에서 보여준 연주 중심의 사이키델리아와는 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다. 때문에 마치 어느 대목에서는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래시브 록 그룹의 연주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곡에서는 웨스턴풍의 긴장감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하지만 이들은 서사적 진행의 중요한 모티브로 임프로바이징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BP만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흥 연주는 자율적이지만 그 공간은 코드 진행에 바탕을 둔 기악적 아키텍처에 의해 구성되어 있어 내러티브의 일부처럼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 빠르지 않은 미디엄 템포 전후의 진행에 멜로디와 라인이 강조된 진행을 보이면서, 동시에 조금은 여유롭게 느껴지는 인터플레이를 이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사운드의 텐션과 조화에서 연출되는 묘한 공간감은 오히려 강한 밀도를 느끼게 한다. 특히 특별히 가공되지 않은 듯한 각각의 악기가 지닌 고유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이와 같은 깊은 밀도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복합적인 구성을 지닌 뛰어난 편곡의 완성도와 더불어 합창단의 역할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번 앨범이 매력적인 것은 복잡 미묘한 정서적 분위기에 있다. 다분히 감성적이면서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무척 이성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구성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특히 우울한 듯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역동하게 되는 이중적인 느낌은 BP의 음악이 전해주는 인상적인 경험이다.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