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가 Black Swan의 앨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편의 인상적인 앨범들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체는 철저한 익명성 뒤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존재다. 또한 그는 몇 편의 협업 앨범을 제외하면 모든 작업을 본인이 설립한 Ethereal Symphony 레이블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번 앨범은 미국의 Past Inside the Present에서 더블 LP 형식으로 발매해 이례적인 상황에 해당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적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에테랄 심포니라는 자신의 레이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음악은 마치 드론 교향시를 듣는 듯한 밀도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나의 키패드에 여러 개의 소리를 중첩하고, 여기에 복합적인 레이어 구성을 통해 다면성을 지닌 사운드를 배열하면서 일련의 조화와 긴장을 반복하는 과정은 마치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경험하는 듯하다. 다양한 텍스쳐를 지닌 사운드들이 서로 대칭과 평행을 이루며 긴 플로우를 이루는 그의 드론 음향은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그 이미지를 달리하며 극적 전개를 이끈다. 19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80분의 길이를 마치 하나의 단일한 연주처럼 이어가며 다양한 정서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보건 위기 속에서 굴절된 우리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한 '반복되는 찬송'처럼 들린다.
20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