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4인조 포스트-록 그룹 블랭킷의 신보. 2016년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Simon Morgan과 Bobby Pook의 주도로 베이스에 Matthew Sheldon과 드럼 Steven Pellatt 등이 참여하여 결성된 블랭킷은 작년 초 Our Brief Encounters (2017)라는 인상적인 EP를 발표하며 포스트-록 씬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화제로 인해 소실된 악기와 장비를 다시 장만하기 위해 클라우드 편딩을 이용한 것도 이들의 유명세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첫 풀타임 리코딩으로 전작은 물론 지금까지 공연에서 보여줬던 임팩트 있는 사운드와 음악을 담고 있다. 해당 계열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워낙 방대한 탓에 장르적 범주화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성을 통칭해서 포스트-록으로 부르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하는데, 블랭킷의 음악은 우리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그러한 규범적 정의 안에 포함되는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계열 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몇몇 그룹의 특징도 공유하고 있어, 신생 그룹이지만 비교적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얼터너티브 혹은 슈게이즈 특유의 접근을 취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음악을 스타일링하는 방식에서는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사하고 있어 감각적이고 시네마틱한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빠른 속도로 장면을 전환하며 그 안에서 순간적인 모티브를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여 진행 자체에서도 무척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때로는 너무나 쉽고 경쾌하게 그 과정을 풀어가기 때문에 간혹 가볍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도 존재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순간들이 블랭킷만의 고유한 매력을 드러내는 장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능하게 된다. 또한 보컬의 활용에 대해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블랭킷의 음악적 표현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인데, 다분히 레트로한 인상을 풍기며 과거의 하드록이나 프로그래시브의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심각함과 진지함을 구분한다면 블랭킷은 경쾌하게 진지하다.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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