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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lewitt - Exploring New Boundaries (Neuklang, 2023)

 

로마 출신 젊은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재즈 트리오 Blewitt의 앨범.

 

피아노 Stefano Proietti, 베이스 Oscar Cherici, 드럼 Gian Marco De Nisi 등, 1990년대 초중반 출신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블레위트는, 전문적인 음악적 훈련과 각자가 지닌 기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이탈리안 재즈 트리오의 현재성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즈라는 음악적 지반 위에서 주변 장르의 여러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트리오의 양식에 기반을 둔 표현을 통해, 이를 유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실내악과도 같은 엄밀한 규범에 입각하고 있지만, 각자의 개입은 능동적으로 이루지고 있어, 다양한 양식에 따른 대응은 무척 여유로우며, 이를 통해 완성하는 집합적 표현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입체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McCoy Tyner와 Wayne Shorter의 고전을 제외하면 모든 곡은 멤버들의 오리지널로 이루어졌으며, 그중 다수는 세 명 모두의 참여로 함께 완성한 작곡을 포함하고 있다.

 

풍부한 감정을 유려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온전히 전달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넓은 기복의 감정 폭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정서적 벨로시티가 연출하는 드라마틱한 분위기는, 연주 그 자체가 전달하는 화려함을 더욱 극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리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집합적 합의에 의해 정교하게 조율된 것으로, 그만큼 이들 트리오가 보여주는 인터랙티브한 인과성은 앨범 전체를 통해 정교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음악적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템포와 호흡에 상호 반응하며 완성하는 조화와 균형은 마치 정교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의 움직임을 보는 듯하며, 그 변화의 과정을 이끄는 섬세함과 역동성은 이들 연주의 다양한 양식의 테마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능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이 앨범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연주는 트리오가 지닌 풍부한 표현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재즈를 기반으로 클래식, 민속, 록 등의 여러 주변 장르적 요소를 수용하며, 자연스럽게 트리오의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단순한 외연의 확대를 통해 다양함을 실현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 속으로 내재화하여, 이 모든 것을 온전한 트리오 고유의 연주로 재현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때문에 앨범은 풍부한 양식을 다루면서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질감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트리오의 기민하면서도 일체감 있는 인터랙티브한 동작을 통해 깊이 있는 감성으로 전해진다. 트리오가 표출하는 이와 같은 섬세한 에너지는 트리오가 얼마나 다양한 장르와 양식에 자신들의 방식으로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통적인 스타일에서부터 퓨전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활용하여 자신들만의 감성과 감각으로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별 구성원 모두의 화려한 기악적 재능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트리오 고유의 단일한 음악적 색감과 질감을 연출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다양한 양식들을 내재화하여 자신들만의 풍부한 표현으로 완성하고 있다. 화려하고 풍부한 표현을 보여주면서도, 안정적이고도 섬세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으며, 내적 기량을 응축한 지속적인 팀 플레이의 여유까지 느낄 수 있다. 섬세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젊은 이탈리안 감성을 충만하게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