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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obo Stenson Trio - Contra la Indecisión (ECM, 2018)


스웨덴 출신 피아니스트 보보 스텐손 트리오 신보. 1944년에 태어나 1960년대 중반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스텐손에게 있어 트리오는 그 자체로 음악적인 알터 에고이자 스스로 대면하게 되는 거울 속 타자와 같다. ECM에서 처음 발표한 Underwear (1971)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그가 리더로 참여한 앨범 9장 중 8장이 트리오 포맷으로 녹음되었을 만큼 그의 음악적 표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Cantando (2008) 및 Indicum (2012)과 마찬가지로 Anders Jormin (b)와 Jon Fält (ds)가 참여해 10년 동안 함께 맞춰온 호흡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스텐손과 요르민은 Rena Rama 시절을 포함하여 80년대 중반 Dragon 레이블에서 서로의 앨범에 참여하며 지금까지 30년 넘는 음악적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텐손 트리오는 자율적 공간 활용에 의존하는 유러피언 특유의 전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피아노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보다는 개별 공간을 점하는 멤버들의 위상에 동일한 무게를 배분하여 균형과 안정감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스텐손 트리오만의 유니크함을 관찰하게 된다. 의도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 축적한 경험들이 토대를 이루어, 각자의 자율성을 확립하면서도 서로의 표현에 대해 상호 반영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종합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음악적 케미스트리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도 그 모든 음악들에 스텐손 트리오만의 정서와 느낌을 채우는 과정에서 더욱 효과를 드러낸다. 실제로 스텐손 자신을 포함한 멤버들의 오리지널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서 민속음악, 클래식, 스탠더드 등을 포괄하는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서도 로드리게스, 바르톡, 사티, 몸포우 등의 곡을 재해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그 외의 오리지널 대부분이 요르민의 작곡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트리오의 연주 속에서 표현된 요르민의 원곡들은 그 어느 순간과 마찬가지로 스텐손 트리오 특유의 정서와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트리오란 단순한 인적 구성이 아닌 음악적 균형임을 이번 앨범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201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