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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oshaard - Live (enten, 2022)

 

벨기에 키보드 연주자 겸 작곡가 Dominique Vantomme와 DJ 겸 프로듀서 Toon Bosschaert의 듀오 프로젝트 Boshaard의 앨범.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진 도미니크는 어린 시절 클래식을 공부했고 이후 미국의 재즈 씬에서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 협연 및 음반 작업에 참여하는 등, 나름 해당 장르에서는 정통적인 스텐스를 취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툼은 일렉트로닉 계열의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며 Waar is Ken?이나 Audiophonic 등과 같은 작업의 프로듀서로 기여하거나 직접 참여했으며, tONEtONER 등의 이름으로 DJ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두 음악가가 함께 보샤르트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2010년대 말부터 여러 공연 무대에 같이 올랐고, 2020년대 초부터 일련의 싱글 작업을 연이어 발표하고 정규 앨범 Boshaard (2021)를 통해 첫 성과를 선보이게 된다.

 

스튜디오 믹스로 완성된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라이브 퍼포먼스를 담고 있어, 어쩌면 지금까지 무대 공연 등을 통해 축적해온 보샤르트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장점이 있으며, 스튜디오 버전과는 다른 터프 한 분위기의 텍스쳐들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어, 라이브 버전 나름의 매력도 경험할 수 있다. 곡의 테마나 진행 등 전체적인 구성에서는 큰 차이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사운드의 톤이나 효과와 디테일에서는 라이브의 특성을 반영한 인상적인 대목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상호 간의 즉흥적인 인터렉티브에 이해 자극된다는 인상이 강하며, 특히 곡의 빌드-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이내믹은 스튜디오 버전과는 다른 몰입을 제공하기도 한다. 때로는 스튜디오 버전에서 믹싱을 통해 컴프레싱되었던 사운드의 질감이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개방감 있는 소리로 전달되고 있어 미묘하게나마 달라진 분위기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처럼 원작과 달라진 터프 한 음향의 분위기 또한 기존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여전히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두 뮤지션이 하나의 공간에서 새로운 창의적 통합을 이루는 보샤르트의 매력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형식적으로는 도미니크의 피아노/키보드가 툼의 전자음악에 수용되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이 함께 구성하는 연주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이나 현대 작곡의 특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오늘날 해당 분야에서의 성과와 보샤르트의 음악을 함께 놓고 감상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피아노 연주와 프로듀싱 등 각자의 전문성과 능력치를 최대한 취합하여 완성한 음악적 합은 스튜디오 버전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도 능동적 대응에 기민한 창의를 더 하는 노련함을 담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이 모든 과정이 의도된 규범적 통합이라는 인상보다는, 마치 한 사람의 뮤지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작의 진행처럼 여겨질 만큼, 두 영역 사이에 음악적 간극은 개별 곡의 특성에 따라 은연중에 드러날 뿐, 사실상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일체감과 음악적 균형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두 뮤지션 각자와 연관된 장르적 성격으로의 표출도 존재하며, 때로는 전혀 의외의 사이키델릭이나 펑크 한 확장도 담고 있어, 보샤르트의 무한한 음악적 가능성을 짐작하게 된다.

 

보샤르트의 음악적 매력을, 마치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도 깊은 인상을 주는 앨범이다.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