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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ad Mehldau - After Bach (Nonesuch, 2018)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솔로 신보. 이번 앨범은 멜다우가 Three Pieces After Bach라는 타이틀로 2015년부터 몇 차례의 진행했던 공연의 레퍼토리를 수록하고 있다. 재즈 뮤지션들에 의한 바흐 해석은 이제 재즈의 하위 장르로 여겨질 만큼 무수한 예들이 존재한다. 바흐 자체가 하나의 매뉴얼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텍스트이기 때문에 재즈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재]해석이라는 형식을 빌려 연주에 투영하기도 했다. 때문에 적어도 재즈 신에서 이루어지는 바흐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은 얼마나 재즈스럽게, 혹은 얼마나 바흐에 충실(?)하게 등의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드러난 음악 속에 뮤지션의 음악적 의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 작업에서는 바흐 그 자체나 관련한 다른 연주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멜다우 자신의 지난 작업에서 이어지는 콘텍스트의 흐름 속에서 이번 바흐 해석이 지닌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앨범의 구성은 독특하다. 앨범은 "Before Bach: Benediction"으로 시작해 "Prayer for Healing"으로 끝을 맺고 있으며, 흔히 평균율 클라비어로 알려진 The Well-Tempered Clavier에서 선곡한 4개의 전주곡과 1개의 푸가를 다루고 있는데, 바흐의 원곡을 연주한 이후 "After Bach"라는 타이틀을 지닌 자신의 오리지널을 연이어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멜다우의 오리지널들은 마치 자신의 바흐 해석에 대한 부연처럼 들리기도 하고, 원곡을 토대로 하는 의식의 확장을 서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테마의 연속성을 근거로 원곡이 아닌 바흐의 즉흥성 그 자체를 자신의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듯한 모습은 어쩌면 After Bach라는 타이틀 안에 함축적으로 내재되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바흐에서 단순히 즉흥적 요소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바흐의 규칙과 형식을 뒤틀면서 자신의 문법과 어순으로 정리하고 있다. 멜다우는 바흐의 이전과 이후를 다뤘지만 우리가 듣는 것은 어쩌면 현재일지도 모른다.

201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