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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ad Mehldau & Mark Guiliana – Mehliana: Taming The Dragon (Nonesuch, 2014)


브래드 멜다우와 마크 길리아나의, 문제의 바로 그 신보. 이러한 음악을 일단 편의상 일렉-재즈(Electronic Jazz)라고 부르기로 하자. 사실 이러한 류의 음악이 재즈라는 범주 내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니다. 퓨전이라고 총칭되는 장르 안에서 오래 전부터 종종 등장했고 최근에는 유럽의 젊은 프리 혹은 아방가르드 씬의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일렉트로닉 계열의 사운드와 이펙트를 활용한 임프로바이징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30년 전에 허비 행콕이 선보인 ‘미래의 충격’에서와 마찬가지로 당대의 전자음악 기술을 활용한 레코딩의 현재적 재현이라는 평가도 빗겨가기 힘든 대목도 존재한다. 장르를 벗어나 재즈 외의 영역(테크노, 락과 같은 대중음악은 물론 클래식)에서 이룩한 전자음악의 성과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사실 이 앨범만의 고유한 유니크함을 평가하기에 난감한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이 앨범, 이들이 작년 말부터 선보였던 일렉-재즈의 독특함은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시도했다는 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언어에 자신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을 이 앨범에서 우리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앨범은 전자음악과 재즈의 요소적 결합(기존의 퓨전 장르에서 주로 선보였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재즈를 기반으로 전자음악적 특징들을 수용(이와 같은 특징은 주로 유럽의 젊은 프리 임프로바이징 연주자들에게서 목격된다)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어쩌면 이들은 처음부터 전자악기의 활용을 우선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여진다(투어와 관련한 멜다우의 인터뷰). 전자악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음악적 표현들을 실험하고 있지만, 그 성과에 대해 평가나 판단을 하기에는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진행 과정 중에 있는 초안처럼 보인다. 결과는 이들이 이후에 선보일 음악을 듣고 판단해도 시간은 충분한 듯.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