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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Mehldau Trio -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 (Nonesuch, 2018)


미국 재즈 트리오의 아이콘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 신보. Blues and Ballads (2016)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BMT의 작업이며, 이번 앨범에도 역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Larry Grenadier (b)와 Jeff Ballard (ds)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멜다우 개인으로서는 듀오 혹은 솔로 공간에서의 여러 작업을 통해 다양한 자기 언어를 선보이고 있지만, 어쩌면 그 자신을 가장 대표하는 표현은 트리오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소독스한 트리오의 문법을 강조하는 북미의 재즈 씬에서 BMT가 수행했던 역할과 그 위상은 독특하다. 실제로 BMT는 전통적인 트리오의 외연이나 경계의 확장보다는 정통적인 문법에 기반을 두고 그 형식을 내밀하게 발전시켜 그 안에서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철저하게 피아노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고, 리더가 이끄는 의도에 바탕을 두고 트리오의 균형점에 끊임없이 수렴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합의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리더의 다양하고 예상을 뒤엎는 표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드럼-베이스의 실력과 개인기에 의지하게 되는데, 이는 자율적 공간을 강조하는 유러피언 스타일과는 일정한 거리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신 긴밀한 인터액티브가 강조되고 유기적 일체감이 주목받는다. 피아노의 의도에 따른 능동적 팀워크를 통해 BMT는 기존 재즈 영역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자신들만의 새로운 스탠더드 넘버로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도 폴 매카트니의 "Great Day"나 비치 보이스의 "Friends" 등과 같이 기존 재즈 연주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곡이 연주되고 있다. 물론 엘모 호프나 샘 리버스의 재즈 넘버들과 프레데릭 뢰베의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물론 멜다우 자신의 오리지널도 포함하고 있어 연주 구성에서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BMT의 작업과 비교해보면 한편에서는 오디너리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다른 연주에 대비해보면 멜다우 트리오만의 독창성을 부정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평생 까임 방지권을 소유한 자의 음악답다.

201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