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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ett Naucke - Mirror Ensemble (American Dreams, 2021)

미국 전자음악 작곡가 Brett Naucke의 앨범. 모듈러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창의적 사운드와 표현을 선보였던 브렛이 이번 작업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미러 앙상블'은 단지 자신이 연출한 다양한 사운드의 층위를 결합한 기존 작업의 연장에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실제로 보이스/신서사이저/키보드/피아노 Natalie Chami와 비올라/바이올린/오르간 Whitney Johnson과 함께 협업의 공간을 완성함으로써 실질적인 레이어의 총합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작업에도 브렛의 모듈러 신서사이저가 기본적인 중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보이스, 샘플링, 현악 및 건반과 같은 연주 악기 등 다양한 레이어를 중첩해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적 질감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음악적 모티브는 브렛이 완성하고 여기에 휘트니와 나탈리의 개입을 통해 완성되었지만, 모듈러의 음향에 이와 같은 다양한 층위의 사운드를 중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편곡을 통한 개방은 물론 즉흥적 계기를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합에서의 유기성은 다양한 양식의 층위적 조합을 완성하며 개별 곡에 따른 고유한 특징을 부각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과 더불어, 일부 트랙에서는 코드와 스케일에 따른 일련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가 하면 미니멀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진행 등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의 조합을 경험하게 한다. 사실상 이와 같은 표현들은 기존 브렛의 작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임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앨범은 집단 창작을 통한 음악적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집단적 합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음악적 밀도감이다. 다양한 특징과 질감을 지닌 사운드의 조합을 유연하게 이끌면서 동시에 밀도 있는 응집력을 통해 음악적 구성을 완성한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다. 이와 같은 앙상블의 조합이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브렛이 다양한 음악적 층위를 접합할 수 있게 하는 개방적 접근은 이후에 그 어떤 형식으로든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되는 앨범이다.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