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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ian Blade & The Fellowship Band - Kings Highway (Stoner Hill, 2023)

 

미국 드러머 Brian Blade가 이끄는 The Fellowship Band의 앨범.

 

미국 재즈의 역사를 대표하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사이드맨으로, 수많은 공동 작업의 참여자로 브라이언이 기여한 음악적 성과는, 지난 30여 년 재즈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설급 뮤지션들의 드러머로서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들과의 호흡을 통해, 브라이언은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명작들에 함께 이름을 올리며, 재즈 드럼에서는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브라이언은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작곡은 물론 밴드 리더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데뷔작 Brian Blade Fellowship (1998)은 뮤지션으로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당시 밴드는 앨범 발매 전인 1997년에 결성된 것으로 기록되지만, 그 기원은 대학 시절인 1988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Jon Cowherd와의 인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베이스 Christopher Thomas, 색소폰 Myron Walden과 Melvin Butler 등이 데뷔 초기부터 현재까지 함께 팀을 지키고 있으며, 이번 녹음에서는 2018년 밴드에 다시 합류한 오랜 동료인 기타리스트 Kurt Rosenwinkel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밴드의 통산 7번째 정규 발매작으로, 전작 Live From The Archives (2022)가 부트렉 복원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Body And Shadow (2017) 이후 첫 스튜디오 녹음이기도 하다. 데뷔 초기를 제외하면 밴드의 앨범 발매 주기가 비교적 긴 간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앨범은 음악적인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는 개별 뮤지션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축적한 성과가 밴드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일 수도 있으며, 브라이언 자신의 음악적 표현의 확장과 여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레퍼런스와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스텐스를 보여주면서도, 그 표현이 재즈의 범위를 넘어선 과감함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구축해 온 브라이언과 밴드의 고유한 목소리를 보다 내밀하고 유니크하게 담아내고 있다.

 

브라이언의 어린 시절 음악적 동기를 부여했던 종교와 영적 관심은 일부 곡의 제목을 통해 직접 전달하기도 하지만, 음악적 양식을 통해 내재된 방식으로, 마치 은유와도 같은 표현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민속적인 테마에 대한 그의 관심 또한 연주 곳곳에서 고유한 표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만큼 밴드의 연주는 자신들만의 내밀한 언어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양식의 음악은 물론 풍부한 표현 속에서도 특유의 밀도감을 지속하며 여유로운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폭넓은 다이내믹과 풍부한 텐션 속에서도 균일한 톤과 사운드의 지속력을 보여주며, 밴드 특유의 안정적인 호흡을 이어간다. 올스타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밴드는, 자율적인 개방 공간 속에서 뮤지션 각자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개별적인 표현을 활성화하면서도, 집단의 호흡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한 듯한 일체감을 간직하고 있어 이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재즈를 바탕으로 북미의 문화적 혹은 종교적 전통에서 기원하는 여러 양식의 음악을 수용하여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로 완성한 밴드의 전통을 이번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밖으로 향하던 에너지는 내재화된 표현으로 안정감을 지니게 되었고, 과거의 텐션을 응집하면서도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달하고 있다. 올바르게 나이를 먹는 것이 나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3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