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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uno Angelini - Open Land (La Buissonne, 2018)


프랑스의 재즈 피아니스트 브루노 안젤리니의 신보. 최근 Joe Rosenberg의 피아니스트로 그가 보여준 활동도 인상적이고 10년 만에 선보인 솔로 작업 Piano Solo (2015) 또한 기억에 남지만, 개인적으로는 Régis Huby (violin), Claude Tchamitchian (b), Edward Perraud (ds, perc) 등과 함께 쿼텟 포맷으로 녹음한 Instant Sharings (2015)가 브루노의 근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성과로 기억된다. 이번 앨범 역시 3년 전 쿼텟과 같은 라인업으로 녹음한 작업이며 당시 선보였던 미학적 완성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전작에서 인상적이었던 트랙 중 하나인 “Open Land”를 이번 앨범의 타이틀로 명명한 것은 이전 작업과의 연속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시절 그의 음악을 되돌아보면 어느 하나의 경향성으로 특정하기 힘든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지만, 소규모의 앙상블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엄격한 진행에 의지한 모던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는 공통점은 쉽게 발견된다. 피아노 역시 화려한 음의 전개보다는 집약적이고 압축적인 추상의 결과를 신중하게 타건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어쩌면 이와 같은 표현은 행간의 의미에 더 집중하기를 요구하는 신중함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브루노의 개인적인 표현과 전작을 포함한 이번 쿼텟의 구성은 하나라는 일체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가장 적합한 형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공간 구성에서 실내악적인 엄밀함을 통해 내적 밀도와 긴장을 끌어내는 지금의 쿼텟 구성은 현대 음악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유사한 측면도 존재한다. 멤버들의 연주는 피아노의 추상적 접근과 동일한 호흡을 공유하고 있으며, 제한된 스케일 내에서 한정된 코드로 표현되는 집약적 라인은 멤버들과의 다양한 사운드 아키텍처를 통해 상상력이 집약되는 밀도 있는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앙상블이 표현하고 있는 에소테릭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은 서정적이며, 구성의 내밀함은 다양한 확장과 변주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신비롭다.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은, 혼자만 듣고 싶은 앨범이다.

201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