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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runo Sanfilippo - Unity (Dronarivm, 2018)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브루노 산필리포의 신보. 정규 클래식 교육 과정을 거친 브루노는 2000년 데뷔 이후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서 꾸준한 일련의 작업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영향력을 높여왔다. 그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현대 고전음악의 계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고유한 음악적 언어를 펼친다는 점인데, 일반적으로 미니멀리즘이라고 통칭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전통 악기와 전자 악기의 조합 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탐색을 통해 흔히들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고 이야기하는 표현 영역들을 내밀한 음악적 체계 속에서 완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음악적 특징들은 각각의 앨범들 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공존 양식을 통해 드러나며, 결과적으로는 개별 음반들의 느낌과 성격을 규정하는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두 가지 특징을 축으로 하는 브루노 음악에는 일관성과 다면성을 동시에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작업들은 브루노의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 속에서 살펴볼 때 더 많은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음반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1631 Recordings에서 발매했던 The Poet (2016) 앨범이다. 전작 Lost & Found (2017)을 포함한 AD21 레이블에서 발표했던 다수의 음반들에서 미니멀한 피아노와 전자 음악의 다양한 균형점을 모색했다면 2016년 앨범에서는 현악의 텍스처를 활용해 폭넓은 감성적 표현들을 전개했다. 이번 앨범 역시 미니멀한 피아노의 테마가 중심 라인을 이루고 그 주변에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되는 현악과 전자 효과음이 튠을 구성하는 방식의 연주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현악부가 단순한 서브 라인을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피아노 메인과 짝을 이루는 독립된 테마를 형성하며 전제의 진행을 구성한다. 일렉트로어쿠스틱의 특징을 보다 더 강조한 2년 전의 콘셉트를 확장하면서 또 다른 정서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차분한 언어로 자신의 우울함을 고백하고 있는 듯하다.

2018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