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Carbon 7 - The Autumn Men Empire (self-released, 2017)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3인조 밴드 카본 세븐의 앨범. Dennis Bruhn (ds), Ron Tindle (key), Chris Vreeland (b) 등은 1978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2012년 데니스의 집에서 녹음하고 크리스가 보유한 구형 믹서기를 이용해 완성된 Dyna-Corp! (2012)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자체 리코딩과 믹싱 과정을 거친 앨범들을 지금까지 꾸준하고 발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들은 대부분 라이브 형식으로 녹음된 것, 때로는 기본적인 키와 템포에 대한 합의만으로 연주가 진행된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이들이 발표한 곡들 중 대부분이 10분을 훌쩍 넘기는 대곡들로 이번 앨범의 경우 100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에 단지 5곡만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 진행에 있어서는 일정한 구조와 형식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즉흥적 합의(혹은 합의된 즉흥)에 의해 이어진다. 다분히 러프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것이, 6말 7초 시절 재즈-록의 실험이 극한으로 달했을 때 행해졌던 당시의 음악들이 상당 부분 연상되기도 한다. 그 스타일에서 과거 재즈-록과 지닌 유사성뿐만 아니라 규범적 관습에 의해 분할되었던 즉흥연주의 틀을 해체하는 대신 프리 재즈의 유연한 개입과 확장성을 도입해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대했던 당시의 음악과도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카본 세븐의 연주를 재즈의 즉흥연주에 직접 대입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장르 간 상호 침투가 활발하던 시기의 음악을, 당대의 음악적 언어에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려고 한 흔적들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주를 들을 때 감상을 목적으로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 효과에 나의 정신줄을 온전히 의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감상법일 수 있다. 의식의 자유로운 흐름에 의지해 진행된 연주가 그 어떤 심각한 메시지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의식을 지닌 행위이기도 하다.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