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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arlos Cippelletti - Hybrid / C (OutNote, 2021)

스페인 출생 아프로-쿠반 재즈 피아니스트 Carlos Cippelletti의 앨범. 이 낯선 젊은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스페인에서 쿠바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카를로스는 마치 자신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면서도 다양한 문화적 접합을 이루고 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음악으로 풀어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들 아프로-쿠반의 전통적인 구성이라고 하는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 콩가 등의 기본 세트업에 신서사이저, 키보드를 비롯한 일렉트로닉을 더해 새로운 감각적 융합을 시도한다. 이와 같은 전통과 현대의 접합점은 단순히 기존의 아프로-쿠반 음악을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 네오 소울, 클래식 등의 음악적 표현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 속에 녹아들게 함으로써 카를로스만의 유니크한 표출을 시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카를로스의 음악적인 프로젝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앨범의 타이틀이 아닐까 싶은데, '하이브리드'는 전통과 현대는 물론 주변 장르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의미하며, 'C'는 그 중심에 쿠바나 뮤지카가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융합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표현들이 전통 쪽에 방점을 찍고 있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음악적 스텐스를 익숙함에 주안점을 두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혁신보다는 고전적인 표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주안점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앨범 홍보에서 강조하고 있는 일렉트로닉이 감각적인 표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눈에 띄는 연주는 전통적인 관악기들이나 타악기가 게스트로 참여한 트랙들로 오히려 이 곡들에서 이종의 장르적 표현들이 묘한 융합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통쾌함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곡에서 사운드 디자인으로 완성된 보컬 이펙트나 샘플링을 통한 분위기의 환기가 눈길을 끄는데, 이와 같은 시도가 작업 전체에 걸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앨범의 느낌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하게 된다.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