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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arlos Ferreira & Deer Meadow - In a sad red dusk, we were finally leaving (Faint, 2021)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겸 사운드 아티스트 Carlos Ferreira와 전자음악가 Deer Meadow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카를로스와 DM은 서로 미묘한 음악적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의외로 이들 둘이 이루는 음악적 합은 무척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각자가 지닌 특징들이 잘 반영할 수 있는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티니 한 기타 톤을 중심으로 차분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내는 카를로스의 음색은 사색적인 앰비언스와 공간감을 연출하는 DM의 드론과 절묘한 공존을 이루며 독특한 시너지를 완성하고 있다. 이들은 DM의 최근 작인 all is empty and awake (2021)의 일부 트랙과 몇몇 싱글을 통해 음악적인 협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앨범은 그 작업의 성과를 계기로 더욱더 다양한 접점을 찾기 위한 과정처럼 보인다. 앨범은 크게 카를로스의 음악적 특징이 부각되는 트랙과 DM의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곡으로 구분되며 서로 번갈아 가며 등장하기는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사운드에 개입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개인 작업과는 다른 분위기를 완성한다. 미니멀한 멜로디의 루프와 단순한 구조의 코드가 진행을 이루는 음악에는 독특한 텍스쳐를 지닌 드론이나 패드 사운드가 레이어링 되면서 색다른 내러티브를 완성하는가 하면, 부유하듯 공간을 가득 채운 앰비언스 위로 변화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디테일을 구성하는 섬세한 이펙트와 색다른 음향이 점층 되며 정서적인 긴장을 이끌기도 한다. 서로의 접점을 찾기 위해 이들이 선보인 다양한 방식의 시도 중 인상적인 점은 상대가 지닌 음악적 특징에 접근할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점이다. 둘만의 합을 통해 이루어낸 새로운 양식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 수는 있을지라도, 어쩌면 각자가 지닌 사운드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그 속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이번 협업의 가장 큰 시너지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과장 없는 안정적인 표현이 완성될 수 있었으며 그 결과물로 이들이 들려주는 차분한 긴장의 플로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