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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atherine Graindorge - Eldorado (tak:til, 2021)

벨기에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 Catherine Graindorge의 앨범. 캐서린의 음악은 장르적 경계의 미묘한 긴장 위에서 연출되는 에너지의 충돌이 매력적이다. 바이올린이 지닌 현의 질감은 고전적인 미적 영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은 다분히 실험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록 특유의 강한 디스토션을 동반하기도 한다. 여기에 마치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구성과 진행은 그녀의 음악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는데, 잘 짜인 극본에 따라 치밀하게 전개되는 내러티브 속에는 긴장으로 이어지는 몰입은 물론 극적 반전 또한 포함하고 있어 곡에 따라서는 단편 뮤직 드라마를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녀의 첫 솔로 The Secret of Us All (2012)과의 이번 앨범 사이에는 9년이라는 시간적인 간극이 존재하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참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로 그 기간 동안 그녀는 여러 편의 협업을 통해 지금에 이르는 일련의 음악적 궤적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의 첫 솔로에서 다뤘던 거친 동화적인 혹은 몽환적인 테마와 그 분위기는 이번 앨범에서 더욱 진화한 형태로 다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두 번째 솔로 역시 그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엘도라도'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설과 신화의 경계 어디쯤 위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러티브가 가상의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것은 아닌, 현실의 경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르완다에서의 집단 학살을 피해 벨기에로 이주한 "Rosalie"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곡뿐만 아니라 현재 전 인류가 고통받는 감염병 사태를 다룬 "Lockdown" 등 현실에서 이상에 대한 갈망을 담은 음악들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녀가 들려주는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는 아름답지만은 않으며, 이를 향한 힘겹고 고난스러운 과정은 앨범 전체의 사운드에 그대로 드러난다. 바이올린의 음향은 전자장치에 의해 왜곡되거나 부풀려지면서 다양한 텍스쳐로 표현되고, 이는 다시 여러 질감의 사운드와 대비를 이루며 묘한 갈등적 묘사를 구성한다. 바이올린을 비롯해 다양한 톤과 질감을 지닌 여러 층위의 사운드들이 중첩을 이루며 만드는 공간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접근을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그 느낌이나 분위기에서는 실험적인 록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도 드러낸다. 어쩌면 이와 같은 복합적인 다면성이 이 앨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