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활동 중인 피아노 트리오 카지프 프로젝트의 데뷔 앨범. 2012년 Aslı Ozer (p), Erhan Ertetik (eb), Ertuğrul Biber (ds) 등으로 결성된 CP 트리오는 현지에서 여러 경연과 공연에 참여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통해 연주 실력과 더불어 작곡 능력에서의 뛰어난 재능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활동 이전의 학업 성과도 있겠지만 지난 5년 동안 이들이 축적한 다양한 경험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이야기들을 데뷔 앨범에 담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동과 유럽의 경계에 위치한 터키의 지리적 특징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고유의 민속적 특징들이 녹아든 라인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들은 전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기존 재즈의 전통적인 어법에 내재하여 아무런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마치 재즈의 문법과 민속적 표현 모두 CP 트리오 자신의 고유한 언어처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신선하다. 또한 이들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 하나의 선형적인 규칙에 따라 흘러가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계기와 동기들을 개입시켜 끊임없는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리듬의 패턴은 물론 스케일의 변화나 이에 따른 코드의 진행 역시 매우 복합적인 규칙에 의해 전개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복합적 진행이 난해한 형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다이내믹한 극적 전개처럼 표현되어 전혀 이질감 없는 시퀀스를 구성하며 결론에 도달한다. 이와 같은 다양성과 복합성의 조합은 앨범 전체에 걸쳐 개별 곡마다 그 형상을 달리하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앨범 전체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개별 곡에 담긴 이야기 하나 모두 뚜렷한 특징을 내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포맷에 어쿠스틱이 아닌 전자 베이스를 사용하여 CP 트리오가 지난 복합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한 사운드를 완성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이들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20180401